기고

[확대경]동서고속철 화천 간동구간 교량화해야 한다

조웅희 화천군의회 부의장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동서고속화철도는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강원북부의 미래를 여는 국가적 사업이다. 수도권과 속초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접경지역을 경유함으로써 관광·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세기 넘게 각종 규제와 제한 속에서 국가안보의 전초기지 역할을 감내해 온 화천군 주민들에게 이 사업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최근 확정된 화천 간동면 역사주변과 방천리(운수골) 구간 설계에는 주민 생활권과 재산권 보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성토방식’으로 계획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안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성토는 선로가 지역을 양분해 주민 통행을 가로막고 생활 동선을 크게 제한한다. 오랜 세월 유지돼 온 자유로운 이동이 단절되고, 농기계 진·출입이 어려워지며 농업 기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크다.

간동면 일대는 화천군에서도 대표적인 농업지대다. 성토 구조물이 들어서면 일조량 감소로 농작물 생육환경이 악화되고, 농민들의 생계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대규모 토공 작업으로 인한 지형 훼손과 자연 생태계 파괴, 경관 침해도 불가피하다. 주민친화적·친환경적 가치를 중시해야 할 시대에 역행하는 설계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교량화 설계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교량화는 단순히 주민 편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환경보전·안전 확보·장기적 유지관리 비용 측면에서도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의 고속철도 사례를 보더라도 인구 밀집지역과 농경지, 생태보전구역을 통과할 때는 교량화·터널화 등으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민 이동권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교량화는 지역의 미래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선로가 장벽이 되지 않음으로써 향후 간동면 일대의 관광자원·농업·물류산업이 융합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의 설계안대로 성토 구조물이 설치될 경우 수십 년간 물리적 단절이 고착돼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철도 본래의 취지인 ‘연결’과도 상충한다.

재원 문제를 이유로 교량화를 미루거나 부분 적용하는 것 또한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기초 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중앙정부가 합리적 재원 분담안을 마련하고, 장기적 유지관리비용까지 포함한 비용·편익 분석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 초기 공사비는 다소 증가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민 갈등 해소, 보상·소송 비용 절감, 환경복원비용 감소 등으로 더 큰 사회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

동서고속화철도는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다. 중앙정부는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설계 변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교량화는 화천군민의 희망이자 강원북부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화천군은 그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과 인내를 감내해 왔다. 이제는 국가가 지역 주민에게 상응하는 배려와 혜택을 돌려줄 차례다. 주민의 생활권·재산권 보장과 자연환경 보전을 함께 이루는 교량화 설계 변경은 ‘공정한 국가’ ‘균형발전 국가’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끝으로 중앙정부가 주민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고, 지자체·전문가·시민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최적의 설계안을 도출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 화천군민의 희망이 동서고속화철도의 성공적 건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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