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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강원도 안전신고 포상제

◇일러스트=조남원기자

안전은 늘 곁에 있으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때 가장 쉽게 무너진다. 화재경보기의 무심한 침묵, 도로 위의 작은 균열, 혹은 전봇대에 덮인 낡은 전선 하나가 사고의 불씨가 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지난 8일부터 시행하는 ‘안전신고 포상제’는 이러한 일상의 작은 징후를 도민 스스로 발견하고 알리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행정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주민의 눈으로 채우겠다는 발상은 시대적 요청에 부합한다. 안전은 전문가의 기술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고대 성곽도 군사보다 성문을 지키는 백성의 경계심이 더 큰 힘이 되었듯, 생활 속 촘촘한 주의가 제일 든든한 방패다. ▼‘망우보뢰(亡牛補牢)’라 했다. 소를 잃고서야 외양간을 고친다는 뜻이다. 뒷북이라는 부정적 함의로 쓰이지만, 실제 교훈은 달리 해석할 수 있다. 잃은 뒤라도 고치지 않으면 다시 화를 당한다는 것, 결국 늦더라도 실천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포상제는 그 무심함을 경계심으로 바꾸는 장치다. 금액은 최대 10만원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고대 전쟁에서 봉화를 올린 초병의 불씨가 천군만마의 신호가 되었듯, 주민의 작은 신고가 대형 재난을 막는다. ▼더 주목할 대목은 ‘안심콩제도’다. 공무원의 안전 실천 활동을 점수로 적립하고 이를 보상으로 연결한다는 발상은 다소 이질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행정조직의 동력을 바꾸는 실험이다. 예로부터 관료 사회는 지시와 보고의 연속 속에서 안전 문제를 단순한 절차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현장을 발로 뛰는 공무원의 체감 없이는 제도가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작은 콩알처럼 보잘것없는 실천이 모여 거대한 안전의 나무를 키운다는 ‘안심콩’의 상징은 그런 점에서 뿌리 깊은 은유를 품는다. ‘적소성대(積小成大)’라는 교훈처럼 작은 실천이 쌓여 큰 성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도민이 지키는 안전, 행정이 보장하는 안전’이라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선언이 헛된 수사가 아니라 실천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을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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