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풀려나…수갑 등 구속없이 평상복으로 버스 탑승, 애틀랜타 공항으로 출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이역만리 파견된 일터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붙잡혀…7일만에 석방
약 5시간 버스로 이동 후 공항 도착…한국시간 12일 오후 도착 전망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나오며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와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9.11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연합뉴스]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선 가운데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가 직원들을 태운 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직원들을 태운 버스는 대한항공 전세기가 대기하고 있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2025.9.11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연합뉴스]

지난 4일 美 이민당국의 대대적인 기습 단속으로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11일(현지시간) 풀려나 미 동부 현지시간 기준 오전 2시 16분(한국시간 11일 오후 3시 16분)께부터 버스에 탑승을 시작했다.

이들을 태운 8대의 버스는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나와 대한항공 전세기가 대기하고 있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전세기는 현지 시간 11일 정오(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쯤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한국시간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전망이다.

전세기에는 한국인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중국 10명, 일본 3명, 인도네시아 1명) 등 미 이민당국에 구금됐던 총 330명이 탑승할 예정이다. 구금자 중 한국인 1명은 미국 내 잔류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ICE가 공개한 지난 4일 영상과 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미 당국 요원들은 헬기까지 동원해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작업 현장을 급습, 직원들의 체류 신분을 확인한 뒤 대다수 직원들을 버스 주변에 일렬로 세우고 각각의 다리와 양손에 쇠사슬을 묶어 차례로 버스에 태웠다.

먼 타국에 파견돼 고생하며 일하던 한국 노동자들은 한순간에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붙잡혀 구금 시설로 끌려갔다.

현장에 있던 한 노동자는 미 당국 요원들이 마치 "전쟁터인 것처럼" 들이닥쳤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적법한 비자를 소지해 체포되지 않은 한국인 직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전화기가 동시에 울리며 작업 중단 메시지가 내려졌다"면서 체포된 동료들이 휴대전화도 챙기지 못한 채 끌려갔다고 영국 BBC 방송에 전했다.

체포된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어온, 조지아주 포크스턴 소재 ICE 구금시설(Processing Center)로 이송됐다.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는 당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국토안보수사국(HSI), ICE, 조지아주 순찰대 등과 함께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 날 HSI는 "불법 고용 관행 및 중대한 연방 범죄 혐의와 관련해 진행 중인 수사의 일환으로 법원의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면서 이 현장에서 47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 애틀란타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2025.9.11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연합뉴스]

HSI 책임자는 체포된 이들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했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사태 대응에 나섰고, 현지에서는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사태 발생 3일 차인 6일 오전부터 ICE 구금시설에서 수감된 한국인 300여명을 면담하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현장대책반을 설치해 현장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한국시간으로 7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의 석방 교섭이 이뤄졌다면서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전세기가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미국시간으로 7일 오후 포크스턴의 ICE 구금시설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 근로자들의 귀국 시점을 "수요일(1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미국시간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이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에게는 더는 갖고 있지 않은 산업이 많다. 우리는 인력을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해 이번 사태가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들[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한국 노동자들을 귀국시킬 대한항공 전세기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10시 21분 인천공항에서 이륙했고, 이들의 귀국편 출발 시점은 미국시간 10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 30분)께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부는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또 한번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시간으로 10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지금 억류 상태인 우리 국민이 내일(11일)은 비행기(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일체 수갑을 채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미국 측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20여분간 만난 데 이어 앤디 베이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겸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만나 관련 협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향후 미 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조 장관은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노동자들의 석방·귀국 일정과 관련해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현지시간 11일 오전 2시) 구금시설에서 출발할 예정"이라며 "비행기는 내일 새벽 1시(현지시간 11일 정오)쯤 이륙해 오후쯤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고 밝혔다.

타국에서 구금돼 고초를 겪은 한국인 노동자들은 마침내 안도하며 고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현지시간)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 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2025.9.10 [애틀랜타=연합뉴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