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강원여성문학대상을 수상한 이현협 시인이 첫 시집 ‘공복의 시대’를 펴냈다. 2004년 계간 ‘시현실’을 통해 등단한 그는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으며, 이번 시집은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결실이다. 이 시집에는 오랜 시간 시인이 꾹꾹 눌러 담아온 감정과 사유가 응축돼 있다. 상실과 공허, 결핍의 감정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 시편들이 127쪽 분량에 담겼다. 시인은 “아직 버리지 못한 문장, 또렷한 지문이 된 한 잔의 고백”이라는 말로 이번 시집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수록작들은 자유로운 형식과 감각적인 이미지로 현대시의 다양한 미학을 제시한다. 특히 시집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상실’이다. 이루지 못한 꿈, 떠나간 가족, 마주하지 못한 자아 등 개인의 결핍을 시적 언어로 조형했다.
“가눌 수 없는 목을 누군가에 의해 잡힌 채 낯선 거리에서 나는 수시로 나부끼고,/수취인불명의 내 이름은 아무 곳에도 수신되는 데가 없었어”(유년, 그 허리춤을 세우며 中)
이처럼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한 시들은 독자로 하여금 내면의 결핍과 마주하게 한다. 시평을 맡은 이영춘 시인은 “이현협 시인은 사물을 보고 듣고 느끼는 정서와 상상력이 탁월한 시인”이라며 “때로는 활달한 상상력으로, 때로는 깊은 상징으로 ‘공복의 시대’를 그려낸다. 그의 시선은 처절하면서도 따뜻하다”고 평했다. 현대시 刊. 127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