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물난리’를 겪는 중이다. 중남부와 서부 지역은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속출했고, 강릉 등 강원 영동과 일부 동해안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같은 한반도에서 동시에 벌어진 이 상반된 비극은 자연의 역설이자 인간 사회의 대비 부족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넘치거나 터무니없이 부족할 때, 생명은 오히려 위협받는다. 수천 년 전 고대 중국에서도 물의 양극단이 삶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인식했다. ‘사기(史記)’에는 우임금이 황하의 범람을 막기 위해 13년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치수에 전념했다는 일화가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충북 제천에 있는 의림지는 신라 진흥왕 때 축조된 저수지로, 가뭄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에는 물을 가두어 지역사회를 지켜 왔다. 이는 물을 다스리는 일이 한 시대의 농업 생산력뿐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됨을 웅변한다. ▼‘왜 같은 나라에서 어떤 지역은 물이 넘쳐 고통받고, 다른 지역은 말라붙어 괴로워하는가?’ 이는 단순한 기상이변의 문제가 아니라 ‘치수(治水)’, 곧 물을 다스리는 것이 국정의 본질적인 과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고대부터 치수는 통치의 핵심이었고 백성을 돌보는 정치는 곧 물을 다스리는 일에서 출발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기후 위기의 시대, 치수는 ‘고전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의 생존 전략’이다. ▼이제 우리는 댐이나 저수지 같은 대규모 인프라뿐 아니라 물 순환 도시 조성, 지하수 관리, 스마트 홍수 대응 시스템 등 과학기술을 활용한 정밀한 물 관리 체계를 더 강화해야만 한다. “물이 많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없는 것이 문제”라는 물 관리 전문가들의 말은 오늘 우리 사회의 치수 철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되묻게 하고 있다. 물은 논과 밭을 흘러야지, 국민의 눈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넘치는 곳과 모자란 곳의 간극을 메우는 것, 그것이 곧 치수이자 정치의 본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