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이 앞장서 ‘창업’이라는 기치를 들고 농업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홍천군농업기술센터가 문을 연 농산업 창업교육관 ‘농부꿈터’에 입주한 12개 청년 기업의 행보다. 단순히 씨를 뿌리고 거두는 차원을 넘어 영상 콘텐츠로 농산물의 가치를 확산하고, 드론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농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며, 가공과 유통으로 확장성을 더하는 방식이다. ▼고사에 이르기를 “호랑이를 그리려다 강아지를 그린다(畵虎類狗)”고 했지만, 홍천의 청년들은 정반대다. 농업이라는 오래된 화폭 위에 거칠 것 없는 선으로 당당히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라이브커머스로 판매하고, 또 다른 이는 유튜브를 통해 농산물 브랜딩과 홍보를 이어간다. 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드론 기반 방제 사업에 나서는 모습은 농부를 넘어 ‘기술 창업가’에 가깝다. 그들의 손길은 곡식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와 영상, 소비자의 마음까지 일궈낸다. 예컨대 북한이탈주민이 설립한 기업 ‘한백담’은 농업이 공동체적 통합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청년 창업은 애초부터 순탄한 길이 아니다. 농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도시 일자리 선호, 자본과 경험의 부족은 청년들의 발목을 붙잡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욱 ‘농부꿈터’의 실험은 소중하다. ‘삼국사기’에 “씨앗은 많으나 거둘 이 없으면 황폐해진다(多種而無收則荒)”고 했다. 결국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창업의 첫 단추를 끼운 청년들이 안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시설 지원뿐 아니라 단계별 컨설팅, 금융 지원, 판로 개척, 협업 모델 창출까지 촘촘한 정책적 후속이 뒤따라야 한다. ▼홍천군(군수:신영재)이 시작한 불씨가 인근 지역으로 번지고, 더 나아가 강원 전역의 농업을 흔드는 변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농업은 더 이상 과거의 생업이 아니다. 홍천의 청년들이 보여주듯, 농업은 낡은 흙냄새 속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내일을 품을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하는 사회적 뒷받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