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강원자치도의 인사실험

청렴은 오래전부터 권력자에게 가장 무거운 덕목이었다. 삼국사기에는 ‘청백리’라는 이름으로 권신들의 이름이 전해지고, 조선시대에는 청백리로 추앙받은 관리들의 행적이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권세와 재물이 넘쳐나는 자리에서도 한 점 사욕에 물들지 않는 기개, 그것이야말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근본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청렴은 당연한 전제이자 의무가 아니라, 단속과 감시의 대상처럼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얄팍한 계산이 청렴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행정의 신뢰는 늘 시험대에 올랐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청렴 개인 마일리지 성과제도’를 도입, 인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한다. 청렴을 단속의 사후 처벌이 아니라 자발적 행동의 선순환으로 끌어올리려는 발상의 전환이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즉, “법은 귀한 이를 두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의 법 집행은 귀천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곤 한다. 이번 제도는 그러한 불균형을 교정하는 작은 나침반이다. 부패를 저지른 자를 징계하는 것보다 청렴을 지켜낸 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이 훨씬 힘 있는 예방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제도가 곧바로 문화를 바꾸는 법은 없다. 보상과 인센티브에만 기대다 보면 형식적인 ‘청렴 점수 쌓기’에 머물 수 있다. 제도의 성공은 점수에 매여 움직이는 ‘관리형 청렴’이 아니라, 청렴이 곧 삶의 습관이 되는 ‘내재화된 문화’로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청렴이란 결국 타인의 시선을 피하는 기술이 아닌,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내면의 규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첫 삽은 중요하다. 청렴을 생활 속 습관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든 필요하다. 가점이라는 실질적 보상이 공직자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고, 작은 실천들이 모여 신뢰라는 큰 성을 쌓게 될 것이다. ‘순자 권학편’에 “작은 선을 쌓아 큰 덕에 이른다(積善成德)”고 했다. 하루하루 쌓인 청렴의 마일리지가 결국 도 전체의 신뢰 자본을 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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