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 '두루미도 살기 좋은 철원'

이현종 철원군수

철원과 몽골을 오고가는 두루미의 보호와 연구, 정보 교환을 위해 올 6월 '철원군 방문단'을 꾸려 몽골에 다녀왔다. 넓디 넓은 초원, 하늘과 맞닿은 듯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 가끔은 나지막한 언덕이 곡선을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화가 돼 낯선 이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땅. 바로 몽골이었다.

철원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몽골의 평원으로 날아간 두루미를 보기 위해 9시간을 차로 달렸다. 얼마나 넓은 벌판인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볼 수 없으니 당연 사람도 보이질 않았다. 저 멀리 산기슭에 목동의 집으로 보이는 둥그런 포막(게르)과 척박한 땅에서 풀을 뜯는 가축의 모습만 가끔 보일 뿐이었다.

산과 들엔 나무가 없어 안 보이는 곳이 없다. 감추고 싶는 것이 없는가 보다. 연중 강수량 부족으로 초원엔 풀도 많지 않아 대지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감추고 싶은 것이 없다 해도 속살까지 들어 내니 민망스럽기도 하다.

철원군 몽골방문단은 3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구불 구불 뻗은 벌판길엔 이정표도 없고 전봇대도 보이지 않았다. 딱히 도로라고 할 수 없는 비포장길을 운전자들은 요리조리 잘도 달렸다.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의 걸음걸이는 1만5,000보를 걷고 있다고 표시됐다. 울란바트라 국제공항에서부터 별로 걸은 것이 없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차량 속 사람의 몸이 이리 저리 흔들리고 천장에 머리까지 부딪쳐 정신이 없었는데 시계마저 걸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가 보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실려 온 비가 차량에 부딪쳐 제법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차창 앞 평원에 완전 반원형의 무지개 두 개가 겁쳐서 터널을 만들어 놓고 우리가 그 속을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비포장 길을 한참이나 달리며 힘들어하는 철원군 방문단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며 환영한다는 표시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 겨울 철원에서 열린 두루미축제에 참가했던 몽골의 주요 인사가 몽골에서 열리는 두루미축제에 철원군을 초대해 몽골의 헨리주를 찾게 됐다. 몽골에는 철원보다 많은 두루미가 살고 있어 곳곳에서 쉽게 두루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철원에서 몽골로 돌아온 두루미들이 철원군 방문단을 알아보고 반겨주지는 않을까 하는 바람이 우리를 들뜨게 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두루미를 찾아 볼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흰두루미의 개체수는 2만마리 미만이라고 한다. 그러니 넓고 넓은 몽골 평원과 시베리아, 중국 등에 퍼져 살고 있을 흰두루미를 본다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두루미는 1년 12달 중 7달은 지구 북쪽의 추운 지역에서, 나머지 5달은 대한민국 철원을 비롯한 몇몇의 접경지에서 생활한다.

특히 철원지역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하천이 있고 DMZ(비무장지대) 내 철원평야에 먹이가 풍부해 두루미가 서식하기 최고의 환경을 지녔다. 또 DMZ는 사람의 출입도 제한되는 만큼 외부 환경에 민감한 두루미의 서식 밀도가 상당히 높다. 철원군이 실시 중인 겨울철 '두루미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DMZ 내 농경지에서 수십, 수백마리의 두루미가 모여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겨울이 끝날 즈음 북쪽으로 날아가야 하는 두루미. 가능하다면 철원에 눌러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장수와 평화를 상징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두루미를 쉽게 눈으로 확인하려면 한겨울 철원을 찾아달라고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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