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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강원FC의 앞날

◇일러스트=조남원기자

강원FC라는 이름은 도민 구단이라는 상징성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이 지닌 의미는 때로 구단보다 도민의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한다. 축구는 공 하나로 흩어진 마음을 묶는 스포츠라지만, 이번 강릉 단독 개최 결정은 그 공을 강릉 한쪽 골대에만 묶어 놓은 모양새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경기당 8,000만원’이라는 숫자가 경기장의 함성보다 크게 울렸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구단 정체성의 경로를 바꾸는 호각 소리다.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책과 사람을 갈라 놓은 폭력의 비유다. 이번 사안은 불을 지른 건 아니지만, 축구라는 책장을 도민이 함께 넘길 권리를 조용히 접어버린 셈이다. 공모라 했으나 ‘지원금’ 단일 기준으로 좁혀진 경로는 의외로 결과를 예측하기 쉽게 만들었고, 그 예측이 현실이 됐다. 춘천이 느낀 소외감은 단순한 홈경기 배제 이상의 것이다. 이는 한 도시의 자존심, 나아가 도민 구단이라는 개념이 가졌던 형평성의 뿌리를 흔든다. ▼춘천의 반발은 겉으로는 공모 방식에 대한 비판이지만, 속내는 오랜 불신의 축적이다. 김병지 대표이사와의 갈등, 육동한 춘천시장 출입 제한 같은 일들이 이미 신뢰를 허물고 있었다. 여기에 ‘지원금 경쟁’이라는 구조가 덧씌워지니, 이것은 단순한 개최지 결정이 아니라 세금으로 치러지는 입찰 전쟁이 된다. 축구가 경기장 안에서는 ‘공정’을 외치면서, 경기장 밖에서는 ‘입찰가’로 승부를 보는 이 모순은 도민 구단의 얼굴에 깊은 주름을 남긴다. ▼강원FC가 말하는 ‘투명한 절차’는 종이에 적힌 규칙일 뿐, 그 규칙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은 도민의 마음이다. 도민의 마음속에 불신이 깔리면, 그 투명함은 유리창이 아니라 거울이 된다. 스스로를 정당하다고 비추지만, 밖에서 보는 이들은 금이 간 유리를 본다. 구단이 진정 도민의 구단이라면 형식의 투명함보다 공감의 명료함을 먼저 세워야 한다. 축구는 양쪽 골대가 있어야 성립한다. 한쪽 골대만 지키는 경기는 아무리 공을 많이 굴려도 반쪽 승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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