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전시리뷰]고희의 붓끝, 돌탑 위에 쌓은 삶의 이야기

정광섭 작가 고희 기념전 춘천에서 성료
“돌탑은 쌓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는 것”

◇정광섭 작가의 고희기념전이 지난 8일부터 6일간 춘천미술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지난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정광섭(사진 오른쪽) 작가와 구자근(사진 왼쪽) 원로작가.

인생의 대부분을 그림과 함께해 온 정광섭 작가가 자신의 예술 여정을 되돌아보는 고희기념전을 열었다.

지난 8일부터 6일간 춘천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그가 고성에서 묵묵히 쌓아온 삶과 그림, 회복과 변화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정 작가는 2019년 고성산불로 작업실과 수십 년간의 작품을 한순간에 잃었다. 이어 병마까지 겹치며 삶의 큰 전환점을 맞았지만 그는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의 응원 속에 2022년 다시 붓을 든 그가 마주한 자연과 돌탑, 그 안에 깃든 균형이 새로운 작업의 중심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2년부터 작업한 작품 등 총 91점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현장에서 직접 드로잉하며 시작된다. 석양에 반사된 돌탑, 일출의 강렬함, 붉은 토양과 푸른 소나무길 등 자연의 감상 속 정 작가만의 상상력과 감각을 덧입혔다. 관람객들은 그림 앞에서 마치 그 장면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몰입을 느낀다.

◇정광섭 作 ‘축원-돌탑 39’

“돌탑은 쌓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는 것이다.”

정 작가의 그림 속 돌탑은 각기 다른 형태의 돌들이 균형을 통해 안정감을 찾는다. 이런 균형 속에서 삶의 무게와 평형을 함께 그려내 세월 속 흔들림과 회복을 시각화했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돌탑, 나무, 여행지의 풍경 등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편안한 풍경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 작가가 지나온 시간과 변화의 궤적이 고요히 스며있다. 그림은 그에게 있어 감사와 기도, 축원의 표현이자 중심을 지탱하려는 삶의 태도였다. 관람객들은 그의 작업을 통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되묻는다.

◇정광섭 작가의 고희기념전이 지난 8일부터 6일간 춘천미술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정광섭 작가는 “돌탑 그림의 각별한 의미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기도, 축원이고 중심잡기”라며 “아직 욕심이 많아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오래지 않은 미래에는 내 눈높이에서 보는 편안함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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