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피플&피플]“연극은 나에게 끝나지 않은 문장”

KBS 성우로 시작해 1960년대 연극계 입문
강원연극 발전 이끌며 향토성 짙은 작품 선봬

◇최지순 원로 연극인이 7일 춘천 아트프라자에서 열린 ‘최지순 연극 아카이브-시간을 잇다’ 개막식에 참석해 아카이브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오미기자

‘최지순 연극 아카이브-시간을 잇다’가 개막한 7일, 최지순 선생이 전시장 입구에서 직접 손님을 맞으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무대가 좋았고, 드라마가 좋았던 청년은 어느덧 강원 연극계를 대표하는 원로 연극인으로 자리잡았다.

춘천 동면 강정리 출신인 최 선생의 어린시절, 마을의 유일한 콘텐츠는 딱 한 대 뿐이던 라디오와 추석마다 열리던 부락축제였다. 라디오를 듣던 숱한 밤들이, 앳된 얼굴로 마을축제 무대에 오르던 떨리던 순간들이 모여 청년 연극인 최지순이 탄생했다.

1963년 KBS 성우로 입사한 그는 이후 이하륜 선생과 지역 연극인들을 모아 극회 ‘사계’를 만들며 강원 연극계를 이끌게 됐다. 최 선생은 “당시 내 머릿속에는 강원 연극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어떤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할지 고민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최지순 원로 연극인이 7일 춘천 아트프라자에서 열린 ‘최지순 연극 아카이브-시간을 잇다’ 개막식에 참석해 정은경 아카이브 연구소 문화이음 대표와 아카이브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오미기자

고민은 홍천 출신 고설봉 선생의 한 마디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최지순 선생은 “당시 선생님이 내게 “최군 좋은 걸 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강원도의 정체성을 살리고 역사와 문화를 빛낼 작품을 찾아보게”라고 하셨다”며 “그렇게 김유정과 이효석의 문학, 정선아리랑의 가락, 의암 류인석 선생의 정신이 담긴 작품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975년 공연된 ‘봄봄’은 도청 앞 도립문화관을 가득 채우며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당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유정 소설가의 문학 역시 이 당시를 기점으로 수많은 무대에 오르게 된다. 최 선생은 “첫 연출작이기도 했던 봄봄은 우리(강원도) 연극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 얻게 됐던 계기였다”며 “그때부터 강원 고유의 소재를 극화해서 매년 무대에 올렸다”고 했다.

◇최지순, 장정임 배우. 연극 ‘오뚝이의 욕망’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춘천 연극계의 1세대 부부 연극인으로 불린다. 사진=김오미기자

장정임 원로 배우와 연극 ‘오뚝이의 욕망’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최 선생은 춘천의 1세대 부부 연극인이기도 하다. 동료이자 동반자로 긴 세월을 함께 해 온 이들은 “연극이 곧 우리가 살아온 과정이었다”며 “생계와 무대 사이 고민하던 순간에도 결국 무대에 이끌렸다”며 서로를 바라봤다.

지역 예술의 굳건한 뿌리가 된 그에게도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을까? 최지순 선생은 연극은 끝나지 않는 꿈이자 열망이라 답했다. 최 선생은 “연극은 끝나지 않은 문장같은 존재”라며 “마지막까지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으며 연극인으로 불리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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