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양양 낙산해변 난개발, 이대로 방치해선 안 돼

생활숙박시설 우후죽순 들어서며 경관 훼손
현재 4개 시설 공사 중, 9개소는 착공 준비
경관심의 강화하고 무분별한 개발 재검토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양양 낙산해변이 난개발의 물결에 휩쓸리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설악산과 동해의 절경이 어우러진 이 지역은 오랫동안 국민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층 생활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낙산해변의 경관은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바라는 자연 속의 힐링 공간은 점점 없어지고, 콘크리트 숲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사안의 핵심은 계획 없는 개발이다. 양양군에 따르면 2021년 전후로 2곳의 생활숙박시설이 문을 열었고, 현재 4개 시설이 공사 중이며, 9개소는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에는 지상 18층에서 최대 49층에 이르는 고층 건물들이 바닷가를 따라 줄지어 건설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낙산해변은 더 이상 ‘해변’이라 부르기 어려운, 고층 건물 숲 사이에 끼인 도심 풍경으로 전락하고 만다. 생활숙박시설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수익형 부동산 개발의 일환으로, 관광객 유치보다는 분양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이들 건물이 별다른 지역 디자인 가이드라인 없이 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낙산사에서 바라보던 동해와 설악산의 풍광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펜스와 공사차량, 그리고 회색 건축물이 풍경을 점령했다. 이는 단지 미관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영세 숙박업소들은 이 거대한 구조물들에 가려 바다조차 조망할 수 없게 되었고, 실제로 많은 업소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관광 수요의 분산은 고사하고, 특정 시설로의 편중이 심화되면서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도 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한때 성황을 누렸던 대형 숙박시설이 폐건물로 방치된 사례가 보여주듯, 트렌드 변화에 취약한 수익형 부동산이 남긴 폐허는 결국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피해로 되돌아온다.

관광은 단지 방문객 수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 및 자연환경, 지역민의 삶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현재 낙산해변에서 벌어지는 개발은 이러한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아무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도, 그들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은 해변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면 다시 찾고 싶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주민, 관광 사업자, 학계, 그리고 공공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체를 구성해 개발의 기준과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바다 조망권, 자연 경관 보호, 교통 및 환경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건축 심의나 허가 과정에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난개발은 단기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관광객의 발길을 멀어지게 만든다. 지금이라도 행정 당국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 경관심의를 강화하고, 무분별한 추가 개발은 철저히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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