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반도체의 미래를 찾다(3)]
임업과 낙농업, 관광업으로 대표되던 일본 홋카이도가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2022년 8월 소프트뱅크와 소니, 토요타, NTT 등 일본의 대기업들이 연합해 만든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설립되면서다. 라피더스는 국제 항공 노선이 모이는 치토세 공항과 인접한 곳에 반도체 소자 및 집적 회로의 연구, 개발, 생산이 가능한 IIM(Innovative Integration for Manufacturing·혁신 제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홋카이도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명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리던 일본 규슈를 비롯해 혼슈 서남부에 밀집했던 전통적인 첨단 시설의 분산을 의미한다.
■반도체, 왜 홋카이도인가=지난달 찾은 라피더스 IIM 공장은 치토세 공항을 빠져 나와 차로 10분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초대형 크레인과 중장비가 분주히 오가며 5만4,000㎡의 방대한 부지에 시설을 조성 중으로, 일부 공장은 이미 가동을 시작해 최근 2㎚(나노미터) 반도체 시제품 개발 완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라피더스 제조 시설을 중심으로 드넓은 평야에 조성된 산업단지는 총 45만㎡에 달한다.
라피더스 제조 시설은 올해까지 10조7,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AI·반도체 분야에 100조원 이상의 공공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라피더스 시설에 지원이 집중된다는 것이 홋카이도청의 설명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홋카이도를 반도체 산업 육성 기지로 낙점한 커다란 요인은 풍부한 물과 전력이 꼽힌다.
홋카이도는 전체 면적의 70% 가량이 산림으로 지하수를 저장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낮은 인구 밀도, 도시 인근의 큰 하천도 수자원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여건이다. 풍력 발전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보도 이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112㎿ 규모의 해상 풍력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고 300㎿ 규모의 해상 풍력 발전소 건립 계획도 발표된 상태다.
또한 라피더스 시설에서 1㎞ 이내에는 치토세과학기술대학이 위치해있다. 해당 대학은 지난해 연구 센터를 설립해 라피더스와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고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학과 2곳을 운영 중이다. 홋카이도 내는 42개 대학이 위치해있고 해마다 1만 명의 공학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홋카이도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는 값싸고 넓은 부지, 풍부한 수자원과 재생에너지, 대학 경쟁력 등은 반도체 산업 도약을 추진하는 강원특별자치도가 가진 자원 조건과도 유사하다. 도는 130만㎡ 규모의 원주 부론산단, 전국 상위권의 전력 자급률과 재생에너지 산업, 글로컬 대학 등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반도체교육원 및 엔비디아 인증 교육센터 설치, 초순수 연구시설 유치에 나서며 산업 유치를 위한 내실화를 다져왔다.


■홋카이도 전역 퍼지는 반도체 효과=라피더스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이 확정되면서 올해 초 기준 홋카이도 전역의 반도체 관련 부품 제조·설계·장비·생산 지원 등 전자 디바이스 기업들은 151개까지 늘어났다.
홋카이도청은 라피더스 공장을 중심으로 홋카이도 전역에 복수의 거점 시설을 구축하는 계획을 세웠고 연구개발, 인재 육성, 수자원과 전력 등의 인프라 운영, 벤처·스타트업 등의 기능을 분산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홋카이도 전체를 반도체 클러스터화 하는 개념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강원대를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 계획을 세웠고 강릉에 동해안 첫 반도체 교육센터를 설치하는 등 거점 도시별 반도체 산업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홋카이도 신산업클러스터 기구는 라피더스 유치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2036년까지 1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홋카이도청은 반도체 관련 기업의 채용 인원이 2023년 6,800여명에서 2030년이면 1만2,6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공과 대학 및 대학원, 고교 졸업자의 지역 내 취업률도 18% 수준에서 30%까지 향상을 기대했다.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홋카이도청은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 권역의 박람회, 대학 등을 순회하며 기업 유치 설명회를 열고 기업 이전 지원 조례를 개정하며 산업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또 홋카이도 내에도 라피더스 제조 시설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전환에 따른 경제 효과, 환경 영향 최소화를 알리며 주민 호응을 높였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 수업과 고교 순회 강연, 반도체 인재 육성 고교 설립, 반도체 직업 교육 등도 이뤄지고 있다.
고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대표이사는 앞서 “라피더스는 치토세에 제조 거점을 둠으로서 삿포로, 오타루, 이시카리 지역까지 대규모 연구 센터, 통신 네트워크 기지, 재생 에너지 생산 거점 등이 연계되면서 DX(디지털 구조 개혁), GX(녹색 전환) 벨트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삿포로=정윤호기자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