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을 바탕으로 스포츠마케팅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강원도는 매년 전국체전, 아시아동계체육대회 등 대형 이벤트뿐 아니라 국제·국내 스포츠대회, 유소년 스포츠캠프, 익스트림 스포츠 등 다양한 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2024년에는 300건이 넘는 스포츠대회와 전지훈련팀이 강원을 방문해 연 1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대회와 훈련 유치는 선수단, 가족, 임원 등 다양한 방문객의 장기 체류를 유도해 숙박, 외식, 교통 등 지역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 강릉의 국제빙상경기대회와 춘천의 전국 수상스포츠대회도 각각 1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강원자치도는 단순한 스포츠 관람을 넘어 숙박, 관광, 특산물 체험 등을 결합한 체류형 스포츠관광 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강원관광재단, 스포츠 구단, 호텔·리조트 등과 협력해 다양한 스포츠관광 패키지를 출시하고 있다. 강릉종합운동장 경기와 연계한 숙박권, 관광지 이용권, 특산물 체험 패키지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적으로도 도와 시군의 예산 확대, 민관 협력, 관광 인프라 확충, 데이터 기반 정책 등 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역축제와 스포츠이벤트, 한류 콘텐츠를 결합한 글로벌 관광객 유치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체류형 관광객의 경제적 효과는 연간 3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양구군은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민선 1~3기를 역임한 고(故) 임경순 전 군수가 스포츠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민선 4~6기의 전창범 전 군수가 스포츠마케팅을 궤도에 올려놓아 지역의 주력사업으로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 속 양구군은 2024년 전국 단위 대회 104건, 전지훈련팀 97팀을 유치해 30만 명의 방문객과 309억원의 경제효과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 전문화된 스포츠 인프라, 적극적인 대회·전지훈련 유치, 지역사회 참여,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등이 꼽힌다.
반면, 최근 양구군의 스포츠마케팅 상황을 보면 구조적 우려도 제기된다. 스포츠재단 설립 후 군수가 이사장을 맡으며 지자체장이 체육행정 전반을 직접 통제하게 돼, 체육과 정치의 분리라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기존 체육회가 담당하던 주요 업무를 스포츠재단이 흡수하면서 체육회가 사실상 ‘패싱’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체육회와 스포츠재단 간 갈등,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 지역 체육인 의견 반영 부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결국 경제효과나 대회 유치 실적에 비해, 체육행정의 독립성과 지역 체육 생태계의 건강성, 정치적 중립성 등 근본 과제에 대한 고민이 미흡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최근 태백시는 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시군체육회와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해 체육대회 개최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구군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 강원자치도가 스포츠마케팅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단기적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체육행정의 투명성과 독립성, 그리고 지역 체육 생태계의 건강성을 함께 도모하는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 체육과 정치의 분리 원칙을 준수하고, 체육회와 스포츠재단의 역할을 명확히 조정하며,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참여를 강화할 때 비로소 스포츠마케팅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