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를 관통한 ‘디지털 선지자’ 손정의. 그의 입을 통해 나온 25자의 경영 철학을 담은 ‘아주 특별한 경영 수업’이 출간됐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직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선다.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생생한 육성으로 정리된 이 책은, 한 세대를 이끈 경영자의 사유 체계를 촘촘히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번역자 역시 기업의 현장을 오래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평창출신 김성영(전 이마트 에브리데이 대표이사) 명지대 특임교수의 번역은 단순한 언어의 치환을 넘어, 현장의 냄새와 판단의 리듬까지 옮겨 놓은 듯한 리얼함을 품고 있다. 기업 CEO로서의 경력을 가진 그는 단순한 문장 옮김이 아니라, 손정의가 품은 경영의 문법을 한국 사회의 현실에 맞게 해석하고, 맥락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자는 서문에서 손정의 회장이 19살에 수립한 ‘인생 50년 계획’을 소개하며, 그 계획이 현실에서 얼마나 충실히 실행됐는지를 꼼꼼히 짚는다. 이는 단순한 ‘성공한 인생의 설계도’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지도를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를 우리에게 묻는 장면이기도 하다.

책 속 핵심 개념인 ‘나침반’, ‘지도’, ‘독도법’은 손정의 경영 철학의 3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가 2010년 7월, 53세에 직접 강의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이 책은 후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한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첫 강의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손정의는 강의 내내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는 자신만의 나침반이 있는가, 당신은 어디로 가는지 아는가, 당신은 시련 앞에서 투지를 어떻게 유지하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향한 자기점검표처럼 독자에게 다가온다.
책의 구조는 놀라울 만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25자의 문장을 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 의미를 ‘현실에서 체화’하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동양의 도가적 사유, 혹은 선(禪)의 깨달음을 연상케 하는 가르침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책 전체에 걸쳐 비워져 있다는 점이다. 손정의는 성공의 정의를 내리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만의 성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에 무게를 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읽는 이마다 각자의 ‘성공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오늘날에도 읽혀야 하는 이유다. 밀알 刊. 240쪽.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