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는 교육부 아이, 보호가 필요하면 보건복지부 아이가 되고, 청소년 연령에 해당하거나 가출 또는 이주배경을 가진 아이라면 여성가족부, 법을 위반하면 법무부 아이가 됩니다.”
이는 지난 7월 초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청소년·가족 전달체계 재구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언급된 말이다.
현재 한국의 아동청소년 정책 전달체계는 분절적이다. 관련 법령, 주무 부처, 조직과 인력의 관리체계가 제각각이다. 예컨대,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만 18세 미만으로 정의하고, 청소년기본법은 만 9세부터 24세까지 규정하고 있다. 법령마다 ‘아동’, ‘청소년’의 범위가 상이하며, 주무 부처(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등)도 서로 달라 유사한 서비스가 중복되거나, 때로는 전달체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동청소년 전달체계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어 실패한 바 있다. 이후 학계와 현장 실무자들은 통합적 아동·청소년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정책 수혜 당사자인 아동과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전달체계 통합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하다. 통합 전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정비, 부처 간 역할 재조정, 조직 개편 등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필수적이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전면 개편을 준비하는 동안,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전달체계 통합을 시범 운영해보는 방안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김민 교수(순천향대학교)는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의 사례를 언급했다. 횡성군은 가족복지과 아동친화팀 내에서 아동과 청소년 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부서 간 협력과 연계가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아동과 청소년 관련 사업이 서로 다른 과(課), 심지어 국(局) 단위에서 각각 운영되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새롭게 출발한 이재명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함께,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전달체계의 장기적 개편 로드맵을 수립하고 단계별 실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 산하에 상설위원회(가칭 ‘아동청소년정책조정기구’)를 설치하여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 간 협력을 유도하고, 정책 조정을 총괄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보다 현장 중심의 통합서비스 전달이 가능하다. 아동청소년 중심의 관점에서 예방, 교육, 돌봄, 상담, 위기개입, 치료, 지원, 사례관리 등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초록우산에서 2024년에 실시한 17개 시도별 ‘아동행복지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는 하위 5개 지역에 포함되었다. 경제, 교육, 문화, 안전 등 주요 여건 지표도 열악한 상황이다. 다른 NGO의 조사 결과도 유사하다. 특히 아동행복지수와 지역 출산율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전달체계 개편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강원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아동청소년의 행복을 견인하는 구조적 변화의 첫걸음을 내디디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