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공 합의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1만30원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했다. 표결 없이 노사공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라고 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이다. 노동자 측은 인상률이 물가가 오른 것보다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했고, 경영계는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자영업 시장의 붕괴를 우려하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임금액의 최저한도를 결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지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최초의 최저임금 제도는 1894년 뉴질랜드에서 시행되었고 1938년 미국, 1950년 프랑스에 도입,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경제 성장과 함께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면서 1986년에 최저임금법이 제정됐고, 1988년부터 시행되었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 간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최저임금을 강제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 수준이나 실행 방식은 제각각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는 상여금이나 숙식비, 교통편의 등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킨다. 미국과 캐나다는 주별 연령별로, 일본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차등화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임금 차등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강원연구원은 ‘강원도형 최저임금제’를 제안했고 서울시의회에서는 노인 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65세 이상은 최저임금을 제외하자는 건의문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임금격차 심화, 세대 차별 논란 등이 불거졌다. ▼최저임금은 그 나라의 노동정책, 사회복지, 경제철학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임금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단순히 숫자 인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최저임금이 진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논의돼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싸움이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의 본래 취지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