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 살아있는 역사교육, 태극기 달기

◇한상숙 춘천 효제초교 교장

태극기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죄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다. 목 놓아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던 순간에도, 일제의 총칼에 위협받을 때도 우리 선조들은 태극기를 목숨처럼 귀히 여겼다. 태극기는 살아있는 역사다. 1882년 박영효가 일본으로 가는 배 위에서 처음 그린 태극기에는 우리 민족의 철학이 담겨있다. 태극은 우주의 근본 원리인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고, 사괘는 건곤감리로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의미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태극기는 단순한 국기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깊은 사상이 담긴 철학서임을 늘 강조한다. 안타까운 현실은 태극기와 국경일에 관한 요즘 아이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태극 모양을 거꾸로 그리거나 4괘의 위치를 틀리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태극기를 게양해 본 경험이 없는 학생도 많다.

최근에는 어른들조차 태극기를 언제,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2022년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기게양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응답자는 절반 이하였다. 지난 3.1절 춘천 시내의 태극기 게양률은 11.2%에 불과했다고 한다. 국경일이면 집마다 태극기가 빼곡히 걸렸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교육자로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가르칠지 책임이 무겁다. 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태극기 교육을 하고 있다. 태극기를 직접 그려보고, 태극기 바로 알기 수업도 하고 있다. 국경일이 되면 각 가정에서 태극기를 달게 하고 태극기를 게양하는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일제강점기에 금지되었던 태극기를 다시 자유롭게 게양할 수 있게 된 날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충실히 전하고자 한다. 자유롭게 한글을 쓰고, 우리말을 할 수 있는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도록 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의 교육이다. 학부모님들께 당부드리고 싶다. 국경일에는 꼭 아이들과 함께 태극기를 게양해보자. “오늘은 왜 태극기를 다는지 아니?” 하고 물어보며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자. 아이들은 체험을 통해 배운다. 직접 태극기를 게양해보고,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면서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태극기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스스로 생각해 볼 때 비로소 진정한 역사교육이 이루어진다. 교과서로만 배우는 역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살아있는 역사교육 말이다. 아이들도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 곳곳에서 확인한다. K-팝, K-드라마, K-콘텐츠 열풍도 다 지금의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있기에 생겨날 수 있었다. 태극기 게양과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정신도 자연스레 몸으로 익혔으면 한다. 춘천시에서 이번 광복절을 기해 기관, 단체, 학교 등과 함께 태극기 달기 범시민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노력들이 학교 교육과 연계하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교육자로서 이 캠페인에 적극 협력하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도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드리고 싶다.우리 아이들이 태극기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자의 사명이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올해, 가정과 학교가 함께 힘을 모아 태극기 게양 문화를 되살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나라사랑 정신을 심어주자. 태극기가 펄럭이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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