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요선동에서 평화인업사를 운영하는 신재진(81)대표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인장 하나로 걸어온 길은 무려 67년. 그는 살아있는 인장의 역사다.
오래전 퇴짜 맞은 일련의 사건으로 그는 스스로 인장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 결과 각종 인장 자격증부터 시작해 장관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인장대회서 받은 수상 이력은 무려 50여 회가 넘을 정도다.
2010년에는 국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명장’ 타이틀을 손에 거머쥐었다.
손목시계가 부를 상징하는 시대였던 시기, 그는 학창 시절 무심코 시계학과를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이 떨어진 학생들을 모아놓고 나라 국‘國’자를 칠판에 써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고 한자의 매력을 느낀 그는 현재까지도 인장 일을 영위하고 있다
“70~80년대에는 아침부터 밤 자정까지 일했죠”
기계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 신 대표는 모든 도장을 손수 제작했다. 각인부터 고무인까지 손님이 원하는 도장에 따라 걸리는 시간도 천차만별이었다.
당시에는 도장 수요도 많아 제작도 고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날은 그만두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지만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던 직업이 없어 천직이라 생각하며 일했다
신 대표는 스승인 최중수 1세대 인장사에게서 기술을 물려받았다. 스승의 가르침은 다름 아닌 ‘성실’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꾸준히 일한 덕에 평화인업사는 어느덧 65년이란 역사를 갖게 됐다.
신 대표의 마지막 목표는 오사카인장협동조합이 주최하는 제70회 인장대회에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는 “인장의 매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며 “아무것도 없는 흰 종이에 도장을 찍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가”라고 인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앉아있는 일 말고 돌아다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