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이란 비핵화를 위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시작하였고, 마침내 6월22일 주요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였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이란과의 핵합의, 즉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파기하였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우라늄 농축 능력을 남겨둔 ‘핵동결’의 합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함께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을 재개하였는데, 이란은 비핵화 의지가 없는 반면 핵능력은 곧 완성할 것으로 판단한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하였다.
미국이 과연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동참할 것인가의 여부는 논란이 되었다. 이란 핵능력의 완전한 제거를 선호하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전략자산, 예컨대 벙커버스터 GBU-57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자국의 실질적 피해가 없는 상황 속에서 제 3자 군사개입을 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선거운동 당시 “끝없는 전쟁(forever war),” 즉 중동전쟁을 끝내고 중동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지층의 표를 모을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는 불필요한 전쟁 개입으로 국방력과 미국민의 희생을 줄여야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대표적인 MAGA 정치인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현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미국의 이란 개입을 지지하는 사람은 MAGA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자신의 SNS에 최근 올린 바 있다. 보수 성향의 방송인 터커 칼슨 역시 ‘이스라엘을 놔두라’며 미국의 중동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마조리와 같은 열혈 MAGA 신봉자의 주장은 얼핏 전통적인 미국 공화당 정치인의 주장이 아닌 극좌 반전운동가의 구호처럼 보일 수도 있다. 테드 크루즈와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과 같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경우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는데, 이는 정통파 유대인과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영향력에 기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을 지지한 방송인 마크 레빈은 ‘이스라엘 공습에 반대하는 자들은 MAGA가 아니다’라고 까지 주장하였다.
이러한 부조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리버럴(liberal) 세력 배격(owning the libs)’을 내세우며 이에 동의하는 다양한 집단을 MAGA 진영 속으로 포섭하며 생겨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MAGA 세력은 이미 공화당의 주류세력이 되었지만, 이러한 이들 다양한 집단 간의 정책적·이념적 부조화는 해결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부조화를 치유하지 못하는 원인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이었고, 자신의 지지자 그 누구에게도 맞춤형 메시지를 발신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현하기도 했으며, 군사 지원을 거부하지도 않았다. 한편 이번 이스라엘 공습에 동참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었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분쟁은 자칫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의 직접 개입은 중동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한 점에서 미국이 이란 공습 결정은 내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며, 특히 공화당 내부에서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MAGA 내부 공화당 정치인들은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 사이 점차 현저해지는 대립 국면을 간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