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내수 부진의 장기화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 여기에다 올가을 예정된 50조원 규모의 코로나 대출 만기 도래는 지역경제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그야말로 생존이 걸린 상황이다. 새 정부가 최근 내놓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종합대책은 늦었지만 절실한 시점에 나온 조치다. 그러나 정책은 발표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이행 계획 없이는 이번 대책 역시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
새 정부가 제시한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법,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 R&D 예산 확충, 중소유통법 혁신 촉진법 제정 등은 방향성 면에서 바람직하다. 특히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압박받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납품단가 현실화는 공정한 거래 질서의 출발점이다. 공급망 안정과 기업 생존력 제고를 위해 납품대금 연동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법제화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요원할 것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당장 필요한 것은 유동성과 공정 거래 환경, 그리고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다. 자금 지원의 핵심 축으로 언급되는 ‘배드뱅크’ 설립은 구조적인 금융 해법이 될 수 있다. 코로나 기간 발생한 대출이 본격적으로 만기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자영업자의 채무 부담을 줄이고, 정상 경제로의 복귀를 유도하는 선제적 장치가 요구된다. 단순한 채무 감면을 넘어 장기 연체자에 대한 맞춤형 구조조정, 금리 부담을 낮춘 대환 대출, 재창업 자금 지원 등이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아울러 폐업 이후 재기를 위한 재도전 시스템 구축, 지역화폐 확대, 임대료 및 인건비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이 함께 이뤄져야 종합대책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관광·서비스업에 편중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구조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타격이 더 크고 회복 속도는 더디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고용이 감소하고, 이는 곧 인구 유출로 이어진다. 지역경제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더욱 세밀하게 계획돼야 하며, 기술 탈취와 같은 불공정 관행 근절이 우선돼야 한다. 새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실효를 거두려면 강제력이 있는 사후 구제 시스템과 신속한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이번 대책에 포함된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격차 해소 방안은 지방 청년의 유입과 산업단지 활성화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대기업과의 주거·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런 복지정책이 일회성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 안목의 인프라 확대, 특히 청년 주택 공급과 문화·교육 기반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