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골프 외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지 9일 만에 뉴욕을 찾아가 1,000만원이 넘는 황금 골프 드라이버를 선물하는 등 골프를 외교에 적극 활용했다. 두 정상이 함께 골프를 친 횟수는 총 5회로 16시간 10분에 달한다. 트럼프가 퍼팅 실력을 칭찬해 2019년 5월 트럼프와 아베 신조의 골프 회동에 함께한 일본 골퍼 아오키 이사오는 “두 사람은 골프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카트 안에서 진지하게 정치 이야기를 했다. 말 그대로 ‘골프 외교’였다”고 말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우드로 윌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은 ‘백악관에 없으면 골프장에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골프를 즐겼다. 외국 정상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골프가 빠지지 않았다. 2014년 1월 하와이에서 오바마와 골프 회동을 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5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골프 한 게임을 한 것이 양자회담을 10년 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올 3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트럼프의 골프 회동에 초청돼 플로리다주에서 골프 라운드를 했다. 골프 회동 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진행을 미루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러시아가 종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도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첫 전화 통화에서 동맹 결속 차원의 골프를 함께 치기로 약속했다. 두 대통령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얘기하고, 가능한 시간에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 ‘골프광’인 트럼프는 해외 정상과 ‘골프 외교’를 적극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이라는 위기에 놓여 있다. 취임 2주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앞두고 있다. ‘골프 외교’가 성사돼 6개월 동안 이어진 한미 정상 간 소통의 공백을 깨고 미국의 관세장벽을 넘는 물꼬가 되길 기대해본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선 1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