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격은 멘탈이 아닙니다. 체력입니다.”
강원사대부고 사격장에서 만난 이현준(3년)은 단호하게 말했다. 총을 겨누는 그의 손끝은 차분했지만 그 안엔 10점을 향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이자 전국 고교 랭킹 1위. 지난 2년간 전국대회에서 개인·단체 포함 20개 이상의 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이제 “세계 랭킹 1위가 목표”라고 말한다. 현재 이 팀이 다시 전국적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강원사대부고 사격부는 1971년 창단 이후 전국대회에서 100회를 넘긴 입상 기록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명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올림픽 금메달만 4개,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진종오의 출신학교다.

사격은 흔히 정적인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강원사대부고는 다르다. 박철홍 지도자는 “집중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철학 아래 매일 훈련을 이끈다. 평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사격 훈련 외에도 웨이트, 조깅, 전완근 중심의 기초체력 운동이 필수다. 시합이 가까워지면 식단도 통제된다. 피자, 치킨, 탄산, 커피는 전면 금지다. “총을 제대로 들기 위해선 손의 떨림을 제어할 힘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곳 선수들에게 당연한 기본이다.

이현준은 중학교 2학년 여름, 남들보다 늦게 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배의 훈련량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중3 슬럼프가 왔을 때는 내가 배운 걸 전부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며 “멘탈은 강하지 않지만, 기술적으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옆에는 항상 이유환(2년)이 있다. 친구 따라 시작한 사격이었지만, 소년체전 강원도 대표 선발 이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후반전 집중력이 뛰어나고, 반드시 역전한다는 ‘위닝 멘탈리티’로 강한 존재감을 보인다. “전반전에 밀려도 후반엔 무조건 끌어내린다”는 말엔 승부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오지석(2년)은 사격 재입문자다. 초등학교 때 레이저 사격을 하다 그만뒀지만, 다시 돌아왔다. 진종오 사격장에서 훈련을 시작한 그는 “자신감이 무기”라며 팀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박한결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체력이 강점. 정신력 싸움이라는 사격에 더 잘 맞는다고 느껴 종목을 바꿨고,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게 나의 장점”이라며 본인의 독함을 뽐냈다.

박철홍 지도자 성적보다 인성과 훈련 태도를 강조한다. 예의 없는 선수는 결국 성장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훈련에 집중하지 않는 선수에겐 “3년 뒤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하며 단순히 운동이 아닌 삶의 태도를 가르친다. “지금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그 과정은 반드시 남는다”는 말처럼, 그는 과정을 통한 성장에 방점을 둔다.
강원사대부고는 단순한 운동부가 아니다. 학교, 학부모, 체육회, 동문까지 하나로 움직이며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진학과 진로 또한 체계적으로 안내돼 선수들은 사격을 미래로 받아들이며 집중할 수 있다.
총성은 조용하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각자의 간절함은 누구보다 선명하다. 사대부고의 총성은 지금, 또 하나의 전설을 조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