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영웅을 존경하는 나라, 대한민국

최윤정 강원동부보훈지청장

미국에 거주하던 한국인 월남전쟁참전유공자가 국가보훈부에서 지급한 제복을 입고 한국행에 오른 과정에서 미국 공항과 항공사로부터 최고의 대접을 받아 화제가 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제복을 입은 노병을 본 항공사는 조종석 곧장 뒷자리의 좌석을 제공했고, 공항검색대를 통과할 때에는 미국 보안요원이 일제히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는가 하면, 공항 라운지 식당에서는 미국 백인 남성이 식사비를 대신 지불하는 등 영웅 제복을 입은 그에게 미국의 영웅처럼 예우했다고 한다.

국제보훈업무를 담당하며 미국이나 영연방 국가들을 방문했을 때 시민들이 제복 입은 영웅들을 위의 사례처럼 일상에서 예우하고 존경하며 감사를 표명하는 사례들을 실제 본 일이 많다. 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보훈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그러한 문화가 상당히 부러웠고 반드시 이뤄야 할 소명이자 과업으로 느꼈었다.

국가보훈부는 2023년부터 6·25전쟁 참전 및 월남전쟁 참전유공자에게 ‘영웅 제복’을 제공하고 ‘제복의 영웅들’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예우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낡은 조끼 단체복에서 영웅 제복으로 갈아입으신 참전유공자들을 볼 때면 ‘옷 한 벌’의 예우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시작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비록 정부주도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우리 주변에 생존해 계신 국가유공자들을 제복을 통해 인지하고 그 분들의 공헌과 희생을 알게 되면서 범국민적으로 일상에서도 그들에게 감사와 예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는 보훈보상금을 비롯한 다양한 수혜와 복지서비스가 시행되고, 홍보 및 선양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진정으로 귀하게 여기고 예우하는 일상의 문화 정착은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는 한계가 있다. 물질적 지원을 넘어 일상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정신적 예우는 국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의 자발적인 동참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영웅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과 작은 정성들이 모여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의 정신을 예우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확산된 예우문화를 기반으로 그분들의 자립기반 조성과 노후복지 및 의료재활 등 지원 시스템을 더욱 확고하게 함으로써 일상의 품격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군인, 경찰, 소방 등 국가수호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보호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고 계신 제복의 영웅들이 계신다. 과거에 이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이분들의 헌신으로 오늘의 평화로운 일상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잊는다면 어느 누가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목숨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어 조국과 국민을 구할 것인가?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제복의 영웅들을 만나게 되면 진심으로 우러나는 감사를 표현해 보자. 현충일, 호국보훈의 달, 특정기념일 등이 아닌 매일 365일 이들에 대한 감사 표현을 실천해 보자.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생과 헌신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감사를 전하자.

호국보훈(護國報勳)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두의 보훈, 일상 속 보훈’이 생활화될 때 대한민국은 영웅을 존경하는 나라로 정착하고 앞으로도 계속 수많은 영웅을 만들어 내는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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