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출신 소설가 전석순이 장편소설 ‘빛들의 환대’를 상재했다. 이 작품은 제2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임종 체험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 고통과 화해의 문제를 탁월한 서사로 풀어내고 있다. 소설은 단순히 흥미로운 설정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소외와 인간 내면의 상처를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소설은 자살률 감소를 위한 시범사업으로 개관한 임종 체험관을 무대로 한다. 수의 할인, 가상 장례식 체험, 유서 작성 등의 이색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사회 각계의 관심을 끄는 이 공간은, 이내 한 체험객의 자살 시도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균열을 맞는다. 체험관 운영진 미연, 유영, 가령, 승인은 체험 당시 수상했던 참가자들을 회상하며 자신들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들은 단순한 체험 진행자가 아닌, 각기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존재들이다. 성추행 피해자, 고아 출신의 불안정한 청년, 채무자와 갈등 중인 인물, 치매 어머니를 둔 아들 등, 그들의 이야기는 단일 사건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경계를 조명한다.
소동극의 형식을 빌려 시작되는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을 파고드는 진지한 추리극으로 발전한다. ‘죽음 체험’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창으로 삼는다. 각 인물의 에피소드는 죽음의식을 통과하며 치유와 해방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괴로워하고 비틀거리는 인물들을 온전하게 담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들에 대한 깊은 애정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체험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죽고자 했던 마음이 결국 살아남고자 했던 마음과 맞닿아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체험관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장치가 아닌, 독자와 작가 모두가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결정적 공간이 된다. 죽음을 통해 삶을 비추는 문학적 시도는 새롭지 않지만 ‘빛들의 환대’는 그러한 익숙한 서사를 독창적으로 재편해낸다. 전석순은 이 특별한 소설을 통해 “희망 없이 희망을 말할 수 있는” 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다. 나무옆의자 刊, 410쪽. 1만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