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성에 위치한 공립형 대안학교 현천고등학교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3박 4일간 속초~고성 해파랑길 구간에서 도보 통합기행을 실시해 눈길을 끈다.
현천고는 매년 봄, 교실 밖 수업인 ‘통합기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1학년은 자전거기행, 2학년은 도보기행, 3학년은 마을봉사 형태로 진행된다. 올해 2학년 도보기행은 동해안 대표 걷기길인 해파랑길을 따라 환경 정화 및 음악회를 아우르는 일정으로 구성돼 학생 31명, 교사 8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30㎞이상 걷는 여정 속에 쓰레기 줍기, 꽃씨 뿌리기 등 환경 보호 활동을 실천했다. 또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를 함께 관람하며 해양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눴다. 일정 중에는 평소 대화를 나누지 않던 친구를 인터뷰하거나, 혼자 음악을 들으며 사색하는 활동도 포함돼 소통과 개인적 성찰을 유도했다.
2일차에는 학생들이 직접 사회를 맡고 트로트, 발라드, 랩, 기타 연주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교사들도 함께 참여해 학생들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혔다. 교사들은 평창 봉평으로 이주한 가수 이문세 씨에게 음악회 관객으로 초청하는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체험형·숙박형 교육 프로그램이 점차 축소되는 추세 속에서도, 현천고는 교실 밖 수업의 교육적 가치를 이어가며 ‘걸으며 배운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박경환 현천고 2학년 부장교사는 “단순한 걷기를 넘어 환경의 소중함과 서로 간 소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걷기에 지쳐 내뱉는 투정이나 식물 이름을 묻는 소소한 대화들이 진솔한 소통으로 이어지며, 그 자체로 현천고의 교육 철학이 실현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