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출마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회피할 수만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 권한대행이 최근 주변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얘기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애초 한 권한대행의 뜻은 대선 불출마였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보면 결국 다음 주 중에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공직선거법과 정치·경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다음 주에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다음 달 4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주에는 전날 밤 시작된 '한미 2+2 통상협상' 진행 상황과 결과 등을 보고 받고 정부의 대응 전략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대미 관세 협상과 산불 대책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당부한 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대선 경선 기류도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쳤고, 안철수 후보는 한 대행의 출마에 반대한다면서도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는 모습이다.
또 지난 달 24일 권한대행 복귀 이후 한 권한대행이 보여준 행보도 출마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출마설을 둘러싸고 명분이 없다는 지적과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비판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교, 안보, 경제와 관련한 일정을 소화하며 보폭을 넓혀왔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심의·의결을 당부했다. 추경안 시정연설은 전부터 국무총리가 맡아왔으나, 출마설이 도는 권한대행 신분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 권한대행은 시정연설을 마친 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와 육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천원주택' 현장을 방문해 미래세대와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2일에는 경기도 평택의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예비역 병장'임을 언급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대선 과정에서 민감한 주제인 병역 의무를 마친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대권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매국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익 뒷전, 대선 놀음으로 관세 협상 졸속 타결을 시도한다"며 "대선 망상에 빠진 한 대행은 차라리 빨리 출마해 자리를 비우는 게 경제에도, 관세 협상에도,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대망론은 대선 망상, 대선 망신 대망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대행은 국운이 걸린 통상 협상을 자신의 대권 도전 볼모로 삼는 매국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협상 추진과 타결은 반드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준호 최고위원 역시 "온 국민의 사활이 달린 일을 한 대행의 사익을 위해 악용하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해왔다"며 "최종적 합의와 결정은 다음 정부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광주와 울산 등 지방 순회 일정을 거쳤고, 대선 '스펙 쌓기용' 대미 졸속 협상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이 출마 빌드업이나 할 때냐"고 쏘아붙였다.
박주민, 위성곤 의원 등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출마용 졸속 관세 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 뛰는지 마는지 계속 간을 보고 있다"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위 의원은 "대선 출마라는 정치적 야욕에 눈이 멀어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며 "'미국에 맞서지 않겠다'는 발언은 졸속협상을 예고한 것이며, 우리 경제를 대선 전략의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