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25일은 ‘법의 날’이다. 1964년 제정된 법의 날은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7월17일의 역사적 의미를 기려 ‘법의 존엄성과 법치주의 확립’을 목적으로 별도의 날을 정해 매년 기념되고 있다. “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취지로 국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맞춰 이 날로 정했고 현재까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날로 기능하고 있다. ▼고대 로마의 법학자 울피아누스는 “법이란 선하고 공정한 것을 추구하는 기술(Ars boni et aequi)”이라고 했다. 법은 인간 공동체의 최소한의 약속이자,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신뢰의 근간이다. 입법은 이러한 신뢰를 체계로 엮는 작업이고, 사법은 그 체계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마지막 수호선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지키느냐’이다. 법규를 무시하거나, 더 나아가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히 악용하는 ‘탈법’이 일상화될수록 법은 약자에게만 엄격한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법을 지켰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법의 취지를 우롱하고 공동체를 훼손하는 행위다. 공직사회, 기업, 시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 경계의 윤리를 우리는 자주 간과한다. ‘논어(論語)’의 공자는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가난하고 천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도가 없으면 부귀를 부끄러워하라”고 했다. 정의로운 세상에서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부정의한 세상에서는 부귀도 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법적 과제는 ‘합법적 비윤리’를 어떻게 바로잡느냐이다. 명백히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고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구조, 그리고 이를 방관하거나 동조하는 문화는 법의 존재 의미를 약화시킨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지만, 도덕 없는 법은 냉소를 낳는다. 그러한 점에서 법의 날은 단지 법률가들의 자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법 앞에 겸허해지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