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며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강원도 표심 잡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원도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고, 국민의힘은 강원 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역 메시지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더 이상 그럴듯한 공약 나열만으로는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제도화’ 여부가 관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 국회 통과 지원을 비롯해 K-문화관광 벨트, 안전한 강원 구현 등 굵직한 어젠다를 내세웠다. 김경수 후보는 동해신항 3단계 개발과 폐광 대체산업 육성 공약도 꺼내들었다. 김동연 후보는 강원형 그린에너지 산업을 강조하며 특별법 개정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현재의 도(道) 체제를 개편해 새로운 광역 행정 구역 도입을, 김문수 후보는 올 3월 말과 이달 초 강릉과 삼척을 잇따라 방문, 폐광을 앞둔 삼척 도계광업소를 찾는 등 강원도 현안에 대한 상황을 파악했다. 안철수 후보는 2023년 당 대표 선거 당시 이미 강원을 환동해 관광휴양 및 생태산업 특별자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동훈 후보 역시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역 도로 및 고속철도망 조기 구축과 강원특별법 3차 개정 추진 완료, 관광 인프라 조성을 위한 오색케이블카 적기 완공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약들이 선거철만 되면 거의 유사하게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강원도는 선거 때마다 ‘전략지역’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관심을 받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면 관련 공약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일쑤다. 수십 년간 ‘폐광 대체산업’, ‘접경지역 지원 확대’, ‘교통망 확충’이라는 슬로건이 반복됐지만 현재 강원도는 여전히 전국에서 철도 인프라가 가장 취약하고 경제 지표 또한 수도권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진정한 변화는 ‘제도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히 후보의 말이 아니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법률적 뒷받침과 재정 배정, 행정 추진력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강원특별법 개정안은 강원도에 실질적 자율성과 재정권을 줄 수 있는 법적 수단이며 예산 반영 없는 선언적 구호로는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없다. 선거용 공약을 넘어 ‘강원특별자치도’의 이름에 걸맞은 권한과 자원을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것이 핵심이다. 표를 얻기 위한 급조된 슬로건이나 단기 성과에 급급한 치적성 약속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강원도를 바라보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강원도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공약은 지역의 여건과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폐광·접경지역, 낙후 농산촌 등 강원도 고유의 복합적인 구조를 간과한 채 일률적 접근을 시도한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별 맞춤형 공약, 그리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제도적 틀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