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한일 관계는 오랜 세월 격랑과 평온을 오가며,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연결의 끈을 견고히 유지해왔다.
2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일본 호후시에는 봄날의 온기가 가득했다. 시민들의 정중한 환대엔 세월의 무게가 녹아있었고, 희미해진 기억 속 50년 우정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춘천시와 호후시가 교류를 시작한 지 올해로 반세기가 흘렀다. 사바강 하구에 위치한 호후시는 야마구치현 최대의 평야를 품은 도시다. 인구 12만의 소박한 이 도시는 시모노세키시와 히로시마시 사이에 자리하여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로 번영해 왔다.
자연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의 모습은 마치 춘천과 많이 닮아있었다. 예스러운 거리에서 흘러간 세월과 변치 않는 우정의 가치가 다시 느껴졌다.
두 도시의 인연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회 춘천시-호후시 육상교환경기대회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1991년 10월, 두 도시는 정식으로 자매도시의 연을 맺었다. 체육과 문화예술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다.
2005년 11월, 교류 30주년을 맞아 202명의 춘천시 방문단과 함께 호후시를 방문했다. 당시 마쓰우라 마사토 호후시장과 맺은 백년지우(百年之友) 맹세는 수많은 정치적 파고를 넘어선 숭고한 우정의 상징으로 여전히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2008년 이후 일본 교과서의 독도 표기 문제로 교류는 다시 경색되었다.
이번 호후시 방문은 시장 재직시절 미완의 소명을 이루기에 충분했다. 20년 전 호후시 방문 당시 故 고토구 미치야 전 호후시 한일친선협회 회장에게 선물받아 소중히 간직해온 넥타이를 고인의 아들인 고도쿠 신야 현 한일친선협회 회장에게 전달했다. 양 도시 역사의 한 장면에 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현 양 도시 시장들의 인연은 마치 오래된 동화 같았다. 이케다 유타카 호후시장은 50년 전 첫 교류의 시작점이 된 제1회 한일 육상교환경기대회에 직접 선수로 뛰었던 추억을 나누었고, 육동한 춘천시장도 고등학교 시절 강원일보에서 그 대회 개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반세기 전 두 사람의 추억이 시장이 된 현재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춘천시와 호후시의 반세기 우정은 미래세대로 그 날개를 펼치려 한다. 호후시 어린이 문화제, 춘천 국제 어린이 그림 교류전, 마라톤 대회, 유소년 축구 교류는 닫혔던 문을 다시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며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것이다.
과거의 아픔과 갈등을 이해와 화해의 정신으로 극복하여 양 도시의 인연이 더욱 찬란히 꽃 피우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20년 만에 재교류의 물꼬를 튼 육동한 시장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