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춘천시 효자동의 한 중고가전 매장. 식당용 싱크대와 테이블, 에어컨, 냉장고 등 주방용품이 매장 안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점포 내부 공간을 전부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건물 옆 빈 공터까지도 줄줄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물건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방치돼 있었다.
20년째 이곳에서 중고 가전제품을 판매해 온 배영수(70) 씨는 “최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 중고물품은 쏟아지는데, 매입하려는 사람은 없어 몇 달씩 창고에 쌓여 있다”며 “매출은 반토막보다 더 심각하고,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토로했다. 배 씨는 “차라리 폐업을 하는 게 더 나은 실정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 수령한 소상공인 대출금은 폐업과 동시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아야 해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중고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 이모(71) 씨도 “20여 년 동안 장사했지만 이렇게 힘든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새롭게 개업하려는 사람이 줄다 보니 업소용 냉동고 같은 중고물품은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어 저금리 대출을 신청하려 했지만, 나이 때문에 거절당했다”며 “힘든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제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강원지역 자영업자 폐업 건수는 2만7,136건으로, 2022년 보다 11.8% 늘었다. 특히 음식업, 서비스업, 소매업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에서 폐업률이 높았다.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자영업자 폐업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의 폐업률 증가는 고금리·고물가 누적으로 인한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판단된다”며 “창업 컨설팅 제공과 업종별·세대별 맞춤형 교육 및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 자영업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