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이후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된 강원 남부 지역, 특히 정선군은 오랜 기간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주민 불편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정선군립병원에서 시작됐다. 정선군이 추진하는 ‘맞춤형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단순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넘어 지역 맞춤형 공공의료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선군립병원은 지난해 본관 증축과 첨단 의료장비 도입을 통해 인프라를 확충했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건강검진센터 운영에 돌입했다. 맞춤형 검진은 일반적인 종합검진뿐 아니라 고령자, 지역 이장, 기업 근로자 등 대상별로 세분화된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이는 실제 수요에 근거한 서비스로 의료 편의성 개선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춘천, 원주 등으로 이동해야 했던 정선 주민들은 이제 지역 내에서 정기적인 진료와 만성질환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교통 여건이 열악하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곧 생명과 직결되는 보건 안전망 강화로 이어진다. 또한 이번 사업은 지역경제와의 연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 정선군립병원이 강원랜드와 건강검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기업 맞춤형 검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이는 의료서비스를 넘어 지역 내 공공기관과 기업 간의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경제 순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나아가 타 폐광지역이나 의료 소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공공의료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하다. 정선군립병원은 외래 진료 확대와 함께 중앙대학병원과의 원격 협진 등 선도적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문 진료과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일시적인 인력 보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공공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농어촌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과도 맞물린다. 이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건강검진 제공’이라는 1차 목표에 그치지 않고 정선군립병원을 거점으로 한 통합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주민의 건강 데이터가 연속성 있게 관리되고 예방 중심의 맞춤 진료가 가능해지면 비단 의료 사각 해소뿐 아니라 지역 복지 수준 전반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다. 정선군립병원의 도전이 지역의료 재건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