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땅속의 지뢰’ 싱크홀, 조기 발견 체계 구축해야

도내 최근 6년간 총 111건의 지반 침하 사고
정기적인 탐사·노후 상하수도관 교체 작업 시급
주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 장기 계획 수립을

최근 원주, 춘천, 강릉 등지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반 침하와 도로 균열 현상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전국적으로도 싱크홀 사고가 잦아지며 시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하 공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강원도 내에서만 총 111건의 지반침하 사고가 보고되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2건이 노후 하수관 문제로 밝혀졌다. 여기에 되메우기 불량과 굴착공사 부실까지 더하면 대부분이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철저한 관리와 예방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주 반곡동에서 발생한 7m 길이의 도로 균열 사고는 비록 침하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에게 커다란 불안을 안겼다. 춘천 후평동, 강릉 신축 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도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사고들이 반복되는 현실은 도로와 기반시설 전반에 대한 사전 점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지하 공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지반 탐사와 함께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GPR(지표투과레이더) 같은 첨단 장비를 활용한 사전 탐사와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기초지자체가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이러한 시스템 도입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강원도는 지형 특성상 급경사지와 계곡이 많고 토질 또한 침하에 취약한 곳이 많아 타 지역보다 더 적극적인 예방 체계가 요구된다. 예방이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해야 할 때다. 지반 침하와 싱크홀은 사후 복구보다 사전 관리가 훨씬 효과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 도내 각 지자체는 노후 관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도로와 인접 건축물의 침하 위험도까지 포괄하는 통합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민간 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시공 및 복구 기준을 적용해 지반 안전을 확보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행정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임시 복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하 공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지하 안전을 그저 기술 문제가 아닌 시민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정책과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땅속의 위협을 드러내고 통제할 수 있는 조기 발견 체계를 강원도 전역에 걸쳐 마련해야 한다. 일상의 안전은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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