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 "자연과 일상이 공존하는 내 고향 강릉···공간 설계에 큰 영감"

[출향인, 이사람] ‘스마트 오피스’ 전문 선도기업
강명진(강릉) 아주디자인그룹 대표

◇강명진 아주디자인그룹 대표이사. 신세희기자

"좋은 '공간'은 사람을 더 창의적이고,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면서 AI기술을 접목해 더 똑똑하게, 일이 잘 되는 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지요"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있는 아주디자인그룹 사옥 9층 회의실. 대형 LED전광판에 동영상이 나오자 천장에 있는 조명색이 달라졌다. 화면의 색채 및 컨셉에 따라 집중도와 전달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자동으로 조명이 바뀌는 시스템이다. 머리를 맑게 유지할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하는 시스템도 회의 내내 가동된다.

회의에는 임원 외에 별도 배석자가 없다. 참석자들의 모든 발언은 AI가 인식해 회의록으로 작성하고, 곧장 프린트해 공유한다. 필요한 커피와 차는 '아주머니(AJOU MONEY)' 로봇이 알아서 가져다 준다.

꿈의 빌딩, '스마트 오피스'의 선구자 강명진 아주디자인그룹 대표가 작정하고 만든 사옥이다.

최근 건축 및 실내 인테리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강릉 출신의 강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터뷰= 유병욱 서울본부장

■ '스마트 오피스'라는 말이 아직은 좀 생소한 것 같다. 어떤 개념인가=" '스마트 오피스'는 단순히 사무실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업무 방식과 협업 문화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이를 가장 효율적이고 유연한 공간 구조로 구현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인 공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사람의 '일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거나 협업이 필요한 직원들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만들고, 회의실도 '결정을 위한 회의실', '편안한 대화를 하는 회의실', '마음을 여는 회의실' 등 목적에 따라 세분화한다.

우리 사옥은 10층짜리 건물이지만 이런 기능을 하나하나 다 보려면 8시간이 걸릴 정도다"

■ 현재 운영 중인 아주디자인그룹도 '스마트 오피스' 전문 회사로 알고 있다="그렇다. 오피스 및 기업사옥 분야에 특화된 공간디자인, 설계,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특히 IT와 인테리어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 오피스'라는 새로운 업무 공간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과 융합한 '스마트 빌딩'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주스마트타워 내에 적용된 삼성물산의 빌딩플랫폼 바인드(Bynd). 신세희기자

■어떻게 '스마트 오피스'에 뛰어들게 됐나="처음에는 '디자인'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겪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는 디자인이 아닌 '업무의 비효율성'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업무 흐름, 회의 방식, 집중과 몰입 환경 등을 해결하는 공간을 고민하게 됐고, IT와 결합한 스마트오피스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 젊은 나이에 창업에 뛰어 들었다="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설계사무소에 취업했다. 나름 좋은 회사였는데 조직 문화가 나와 너무 안맞았다. 2,000만원을 들고 아주대 산학협력단에서 '아주 인테리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인테리어 업계는 1.5세대들이 주축이었다. 그 이전에는 목수들이 종이에 도면을 그려서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제안서도 쓰고 3D로 설계도도 그리니까 좋은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 마침 '러브하우스'라는 방송프로그램이 나와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벤처붐까지 불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여년만에 연 매출 1,000억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원동력은?="첫째는 '사람'이다. 좋은 동료를 만나 신뢰 기반의 성장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크다. 둘째는 '변화를 읽는 힘, 넥스트(NEXT)'이다. 고객보다 반 발짝 먼저 움직이며 공간의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온 것이 성장의 기반이 됐다"

■인테리어와 IT를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에 회사를 경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2010년부터 약 7년여간 세계경영연구원에서 경영을 배웠다. 함께 수업을 듣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게임사의 단기수익률이 상상을 초월하더라. 우리나라 산업기반이 제조업에서 IT로 넘어오는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도 IT와 함께 해야 먼 미래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삼성물산이 래미안에 '홈닉'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이 노하우를 일반 주거가 아닌 '오피스'에 적용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처음에는 완벽하지 못했지만 하나 둘 실현해 내니 기회가 찾아왔다"

■ '스마트 오피스' 이전에 국내에 '공유 오피스'라는 개념이 도입됐었다="맞다. 근무환경에 유연성을 더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는데 팀장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다. 어느 대기업은 '공유 오피스'를 도입한 후 직원들의 출근시간이 빨라졌다고 하지 않나. 제일 늦게 출근하는 직원이 임원 옆에 앉아야 하니까. 하하.

우리는 이걸 'K-스마트 오피스'로 만들었다. 내 자리는 있되 선택지를 주는거다. 집중을 하고 싶을때는 '집중존', 협업이 필요할 때는 '소통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좀 더 편안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다양화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딥 포커싱' '딥 커뮤니케이션'인데 이 두 가지를 합쳐놓은 형태라고 보면 된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아주스마트타워 내 사무공간. 신세희기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아주스마트타워 내 복합공간. 신세희기자

■ 아직 국내에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스마트 오피스'라는 개념을 갖고 시작한 기업은 우리가 처음이다. 인테리어와 IT를 결합해서 만들어진 회사 역시 우리 밖에 없다.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아주디자인그룹 안에 IT와 가구, 디자인, 건축 등 '스마트 오피스' 구축에 필요한 모든 분야가 다 들어와 있다.

사용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동안은 건물주 또는 관리자 중심으로 건물이 지어졌다. 우리는 그걸 뒤집은거다.

삼성물산과 같은 대기업과의 협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초에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했더라도 여기에 들어가는 각종 플랫폼에 대한 보안과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첨단기술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결국 대기업이 해야 한다.

우리는 고객· 사용자 중심의 공간을 기획하고, 삼성물산은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로 보면 된다"

■ '공간'이 갖는 힘은 무엇인가="'공간'에는 '사람의 상태'를 결정짓는 힘이 있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더 창의적이고, 건강하게, 협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단순한 배치나 마감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사고방식과 감정, 심지어 조직문화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강명진 아주디자인그룹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강동구 사옥에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 고향인 강릉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나="강릉은 자연과 일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이다. 이 균형감이 공간을 설계할 때 큰 영감이 된다. 탁 트인 바다의 시원함과 오랜 시간을 견딘 오죽헌 한옥의 안정감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할 때, 늘 강릉이 떠오른다. 이제는 한국인으로써, 강릉인으로써 건축가의 정체성을 더 가지려고 한다"

■ 재경 강원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등 고향사랑도 남다르다고 들었다="고향은 저에게 '원초적인 에너지의 근원'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고향을 떠올리면 다시 중심을 잡게 된다. 재경 강원모임 활동을 통해 고향 분들과 교류하며 받은 에너지를 일터에 환원하고 싶다"

■ 강원도청사 등 새롭게 짓는 공공기관에도 접목이 가능한가="당연히 가능하다. 강원도청사가 공공기관 최초로 스마트빌딩을 적용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별자치도청사가 아닌가. 여기에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면서 IT분야 활용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 창업을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성공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모든 창업자는 초기에 방향을 잃기 쉽다. 하지만 나의 문제의식이 명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하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팀'이 훨씬 멀리 갈 수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리=원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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