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이코노미플러스]‘전세사기 특별법 2년 연장안’ 국회 국토소위 통과… 피해자들 “예방대책 절실”

"집 잃고 삶 잃었다"…솜방망이 처벌에 우는 피해자들
'예방책 논의 길 잃었다' 비판도…전세가율 규제·임차권 등기 의무화 주장도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종료 시점이 2년 연장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16일 오전 소위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때를 놓치면 피해 구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 종료가 45일 앞으로 다가오자, 여야가 2년 연장에 뜻을 모았다. 특별법 개정안은 앞으로 국토위와 법사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거처야 하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룬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한시법임을 고려해 개정안은 올해 5월 31일 이전 최초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까지만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별법 연장은 시작일 뿐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 예방대책·사각지대 개선 필요=피해자들은 물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어느 순간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규제하고, 집주인-세입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임차권 등기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차권 등기 의무화를 통해 등기부등본을 보면 누가 세입자로 들어와 있고, 계약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이며, 보증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아도 임대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대책위는 강조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도 “전세제도가 가진 한계 탓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책이 논의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는 좀 더 혁신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전세권·임차권 설정 의무화와 전세가율 상한제 도입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임대인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버려둬 누수, 엘리베이터 등 각종 설비 고장, 단전 문제까지 발생해 문제가 되자 지난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땐 소관 지방자치단체장이 피해주택 안전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뒀다.

그러나 지자체가 임대인 동의 없이 피해주택을 보수하기는 어려워 법 개정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주택 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 긴급 지원주택 거주 기간이 최장 2년에서 6년으로 늘어났지만, 이용할 수 있는 피해지원책이 여전히 내국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자들 “솜방망이 처벌 바꿔달라” 한 목소리=피해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전세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아파트,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린 전세사기범 남모(63) 씨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사기 범죄 최고형은 징역 15년이지만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남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은 2023년 2∼5월 잇따라 숨졌다.

김진유 교수는 “피싱은 갖고 있었던 돈을 빼앗아 가는 것이지만 전세사기는 삶의 공간 자체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이들이 있을 만큼 치명적”이라며 “전세사기범이 비슷한 방식의 저자본 갭투자를 할 수 없도록 주택 매입을 제한해야 하며, 전세사기를 묵시적으로 동조하거나 가담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전세사기 피해 예방과 사각지대 해법을 위한 연석회의’에서 “부패재산몰수법을 개정해 전세사기로 발생한 피해 재산에 몰수 추징 특례를 인정하면 보다 효과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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