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올림픽의 유산이자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마침내 ‘합리적 보전과 활용’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7년간 이어진 갈등과 대화 끝에 산림청,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환경단체, 주민 대표가 하나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합의문은 선언일 뿐, 실행은 또 다른 여정이다. 복원과 활용이 공존해야 하는 이 중차대한 과제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자세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서로 적대하던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풍랑을 만나자 서로 단합했던 고사와 다를 바 없다. 주민과 환경단체, 이해관계가 달라도 같은 배를 탄 이상 협력하지 않으면 모두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온실 식물원인 영국 콘월(Cornwall)의 ‘이든 프로젝트’는 생태 복원과 지역경제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폐광산이던 황폐한 땅을 거대한 생태 정원과 환경 교육 공간으로 바꿔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웨일스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산업의 흔적조차 자연과 어우러지게 만든 그 발상의 전환이 지금 가리왕산에도 절실하다. 산림형 정원 조성과 국립산림복원연구원, 2018 동계올림픽 정선기념관 등 대안 사업이 제시됐지만 이것이 단순한 ‘시설’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산림 복원과 올림픽 유산 활용의 세계적 모델을 실현해 지속 가능한 이익 모델을 창조해 내야 한다. ▼합의문에 따라 정선군은 공동이행추진단 구성, 이행 점검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구상과 추진 과정에 민간 전문가와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제 케이블카 존치를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함께 가리왕산을 살릴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리왕산은 지금 복원이 필요한 상처이자 동시에 지역을 되살릴 수 있는 자산이다. 명분에 머무를 수 있는 합의문을 지속 가능한 현실로 되살리기 위한 ‘실행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