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주도해 수집·정리한 산림녹화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다. 이는 단순한 기록물 등재를 넘어 ‘산림수도 강원’이라는 정체성과 실천이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은 역사적 사건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국형 산림녹화 모델이 세계적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한 지금, 강원특별자치도는 산림정책의 선도 지자체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때다. 이번에 등재된 산림녹화 기록물은 총 9,619건이며 이 중 2,700건이 강원도에서 발굴됐다. 전체의 28%에 달하는 비중이다. 특히 제1·2차 대단위 화전정리사업, 강원도 공무원 복지조림 기록 등은 강원도 고유의 산림정책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다. 이들 사료는 행정기록을 넘어 국토 회복을 위한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조화를 이룬 ‘거버넌스형 모델’의 실증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의 산림녹화 정책은 이처럼 수십 년간 축적된 정책 경험과 지역 특유의 실천 의지가 맞물려 오늘의 성과로 이어졌다. 더욱이 1999년 이후 강원일보와 산림 당국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강원을 푸르게 더 푸르게’ 캠페인은 국민참여형 산림녹화운동의 모범 사례로 국제사회에 각인됐다. 언론과 정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림녹화 생태계는 향후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이제 강원도는 산림녹화의 성과를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게 해선 안 된다. 산림녹화의 유산을 기반으로 산림정책의 중심축이자 재해 예방의 주체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최근 산불·병해충·기후위기 등 복합적 산림 재난이 잇따르면서 산림의 가치가 생태 보전 차원을 넘어 재난 방지, 지역경제 유지, 국민안전 확보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산림 관련 역량을 집결시켜 ‘산림재해 종합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 실제로 올 3월 강원도에서 나흘간 발생한 여러 건의 산불은 ‘산림수도’의 정체성마저 위협했다.
화목보일러 불티, 군부대 사격훈련 등 인간의 부주의가 주요 원인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기술적 방재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한 ‘생활 속 산림안전 문화’ 확산이 절실하다. 산불뿐 아니라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역시 심각한 위협 요소다.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는 국비 확보와 범도민 협력을 전제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강원도는 대한민국 산림녹화 역사에서 큰 역할을 했고 이제는 미래 산림정책의 선도자로서 세계와 연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산림청과의 협력, 지역대학·연구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재난 대응과 생태 복원의 중심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산림정책을 통해 ‘산림수도’의 품격을 높여야 할 때다. 유네스코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는 미래 세대에 건강한 숲을 물려주는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