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판결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많은 이들의 바람처럼 이번 파면 선고는 그동안의 혼란을 매듭짓고 사회통합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특히 각 정부기관의 권한과 의사 표현의 자유도 ‘헌법’과 ‘진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쯤에서 교육의 목적을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민주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본래 목적이다. 개인적인 학업 성취와 자아실현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개인의 성취가 극단적인 사욕 추구와 이기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공동체에 기여하는 성품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기능은 이번에 심각한 위기를 겪은 대한민국 헌정 체제와 사회통합을 유지하려는 목적이기에 교육감의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에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교육은 과연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각자도생의 경쟁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학교가 건강한 시민 역량을 소홀히 하는 동안 아이들은 점점 더 극단적인 미디어에 의존해 세상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윤 전 대통령이 바로 이러한 경쟁구조의 승자였고 편향적 미디어의 시청자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한민국 헌정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대통령 파면 이후의 교육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첫째, 학교의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생활과 수업의 영역에서는 학교규칙에 대한 합의와 존중, 민주적인 토론 태도를 키워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의 경험이 학습과 결합돼 민주 헌정 체제에 대한 이해와 정치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식견으로까지 연결돼야 한다. 이미 강원의 많은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현재 강원자치도교육청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정책 용어 자체를 없애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둘째, 가짜 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인식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은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은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OECD 보고서가 나왔다. OECD 회원국 전체 학생들의 사실과 의견 식별률은 47%인 데 반해 한국 학생들은 25.6%에 그쳤다. 가짜 뉴스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더불어 학생들의 비판적 문해력, 특히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 나가는 노력에 한층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극단적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입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의 대학입시는 서울 강남과 강원도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는 구조다. 영유아부터 시작되는 고액 사교육, 재수생 초강세인 수능 정시 제도는 교육 성취의 양극화를 한층 심화시키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제 소모적 갈등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교육을 현재 상태로 방치하면 사회·정치 개혁 또한 불가능하다.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교육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