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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평창 명품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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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단순한 계절 음식이 아니다. 땅과 사람, 기억과 온기, 그리고 나눔이 함께해야 완성되는 문화다. 김치는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존재다. ▼그런 김장문화가 요즘은 많이 사라졌다. 단순한 식생활의 변화만은 아니다. 물가의 고공행진과 금값 배추는 가정의 김장 포기를 부추겼고, ‘김포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어느새 김장은 특별한 누군가만의 일이 됐고, 김치 냉장고 속엔 중국산 혹은 가공김치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평창은 달랐다. 2016년 진부면에서 시작된 평창고랭지김장축제는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문화’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상징적 장면이었다. 축제에 참여한 이들은 평창에서 자란 고랭지 배추, 청정 고춧가루, 마늘, 생강, 쪽파를 넣어 직접 김장을 담갔다. 평창고랭지김장축제가 성공한 것에 편의성도 있었지만 맛과 가격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전략도 주효했다. ▼이제 그 진짜 김치의 바람이 평창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대화면과 방림면 모두 김장축제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가격 차이, 고른 맛과 품질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김장축제는 단지 마을축제로 그쳐서는 안 된다. 축제를 통해 지역 농산물은 판로를 찾고, 주민들은 공동체를 재확인하며, 외지인은 평창의 맛과 문화를 체험한다. 평창군도 이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품질·가격·재료를 통일하고, 각 면의 축제를 연계해 ‘평창 명품김치’라는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계획이다. 심현정 평창군의원이 대표 발의한 ‘김치산업 진흥 조례안’도 이 같은 구상을 뒷받침한다. ▼김장문화와 지역산업을 연결한 평창의 시도는 단순한 축제 그 이상이다. 그동안 고생해 김장축제를 성공시킨 진부면민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평창의 배추, 무, 고추 등 김장에 들어가는 농산물을 알리는 판로로, 아니 평창의 농산물을 알리는 장으로 김장축제가 발전하길 바란다. 그로 인해 김장철에만 김치를 담그는 것이 아닌 평창에 관광 오면 누구나 김치를 만들어 가는 관광문화를 조성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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