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폐광지 첨단 대체산업 추진, 정부가 나서야 한다

경제진흥사업, 예타 법정기한 6월까지
7,000억 규모, 새 산업 기반 구축 절호 기회
대체산업 성공시켜 균형발전 이뤄 나가야

강원특별자치도 폐광지역이 생존을 건 마지막 갈림길에 섰다. 석탄산업의 종말을 알리는 상징인 삼척 도계광업소의 폐광이 오는 6월 말로 예정돼 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위해 수십 년간 연기를 토해내며 버텨온 석탄산업의 마지막 불씨가 꺼지는 순간 태백과 도계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지역은 절체절명의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추진 중인 ‘폐광지 경제진흥사업’은 단순한 지역 개발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이고, 미래를 향한 재도약의 희망이다. 7,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태백에 청정 메탄올 클러스터를, 삼척 도계에는 중입자가속기 기반 의료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새로운 산업 기반을 통해 자립형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 12월부터 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 착수했고, 법정기한은 오는 6월까지다. 그러나 정치 일정 등으로 인한 일정 지연 우려와 함께 예타 발표 시점조차 불투명하다. 현행 예타 제도는 ‘18개월 이내 결과 도출’이라는 법적 시한이 명시돼 있음에도 강제력이 없어 주민들과 강원도는 불안에 떨고 있다. 그 사이 폐광지역은 하루하루 무너지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폐광으로 인한 누적 경제 피해는 8조9,00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태백에서는 876명, 삼척 도계에서는 1,685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하나의 산업의 쇠퇴나 인구 감소가 아닌, 지역사회의 근간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태백과 도계는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실상 지역소멸의 직전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역은 예타 통과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종 공청회와 포럼을 개최하고, 범도민 서명운동과 여론전을 병행하며 정치권 설득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지역이 애를 써도 결국 예타 통과 여부는 중앙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말뿐인 균형발전은 의미 없다. 석탄산업이 국가 산업화의 주춧돌 역할을 했던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적절한 대체산업을 제공하는 것은 지역 지원이 아닌 국가적 책무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 육성과 별개로, 지방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산업 기반이라도 갖춰야 한다. 산업 전환기마다 지역이 희생을 감내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그 희생이 구조적 소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기존 자원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도모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정 메탄올 클러스터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춘 친환경 산업으로서, 석탄산업의 유산을 녹색에너지로 전환하는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중입자가속기 기반 의료클러스터는 강원도 내에 부족한 정밀의료와 바이오 기술 기반을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산업적 파급력은 물론,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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