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영남지역 경남 산청군, 경북 의성군,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산불로 인해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번 산불로 주민 2,000여명이 대피했고, 산림은 축구장 1만3,000여 개 면적인 8,700㏊가 불에 탔다. 산불 진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과 진화대원 4명이 순직했다는 비보도 있었다. 산불 진화에 산림청 헬기 등 전국적으로 120여 대의 헬기가 동원됐고, 6,4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이 점점 커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올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40년 만에 가장 큰 산불이 발생했다. 최소 1만여채 이상 건물이 파괴돼 피해 규모가 200조원에 이른다. 강수량이 연중 고르게 분포해 산불 위험이 낮다고 생각했던 일본에서도 30년 만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11일 동안 여의도 면적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2,900㏊를 태우고 진화됐다. 전 세계에서 산불이 대형화·장기화되며 큰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산불이 초래하는 심각한 인명사고와 막대한 재산 피해가 무색할 만큼 그 원인은 대부분 예방 가능한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이번 영남권 산불 원인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성묘객 실화로 추정된다.
산림청 산불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연평균 186건(33%)을 차지하고, 논·밭두렁·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139건(23%), 담뱃불·성묘객 실화가 51건(9%)을 차지한다. 결국 사람의 실수가 66%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또한 산불은 연평균 566건 발생해 4,003㏊를 태워 그 피해액이 매년 2,269억원에 달한다. 즉,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면 전체 산불의 70%가량 예방할 수 있고, 경제적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산불 위험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는 것은 우리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산불조심기간(2월1일~5일15일)에는 입산통제구역을 피하고, 등산 시 라이터나 버너 같은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않으며, 산림 주변에서 흡연과 소각을 삼가는 것만으로도 산불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산림 주변의 주택과 농지에서는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시설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일러와 전기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펜션에서 바비큐를 할 때에는 불씨가 주변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농지에서는 고춧대나 깻대 같은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는 대신 산림청과 농촌진흥청이 협력해 영농부산물을 파쇄하고 이를 퇴비화하는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파쇄를 의뢰하는 것이 더욱 안전한 방법이다.
산불은 줄일 수 있다. 첨단 장비와 새로운 기술만큼이나 우리 모두의 작은 경각심과 실천이 중요하다. 산불 예방은 단순한 산림 보호를 넘어 우리 지역 공동체의 삶과 안전을 지키는 실천이기도 하다. 산불진화대원들은 산불로부터 산과 사람, 그리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각오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 작지만 소중한 참여가 더해져 올해 산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모두가 누리는 가치 있고 건강한 숲’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