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8일 만인 11일 오후 5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한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0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윤 전 대통령께선 내일(11일) 오후 5시 관저를 떠나 사저로 이동한다"면서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 등은 관저를 찾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별도의 메시지가 나올지, 차량에서 내려 인사를 할지 등은 전해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전에 머물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돌아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는 경호가 용이하지 않은 공동주택 건물인 데다가 반려견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수도권의 단독주택을 새로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해 기존에 살던 곳으로 일단 돌아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고 지지자를 향해 메시지를 내면서 차기 대선에서 세력화를 위한 정치 행보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파면 이후 사저에서 칩거에 들어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옮긴 후 대선 주자와 정치인을 만나며 '사저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파면 이후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여러 대선 주자를 만나고 있다.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5일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에는 윤상현 의원이 관저를 찾아가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신당 창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하며,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음을 내비쳤다.
윤 의원은 이날도 탄핵 반대 집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 함께 관저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 직후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국민의힘 유력 대선 주자 중 하나인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처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국면과 맞물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들을 선별적으로 만나고, 이들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윤심(尹心)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지난 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예언자적 지위에서 점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저 정치의 동력에는 한계가 뚜렷하고, 되레 역풍만 불러올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강성 지지층이 격렬히 반발할 것이라는 선고 전 우려와 달리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시위대 규모도 줄어들어 사저 정치를 견인할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본인의 형사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도 사저 정치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정식 형사재판이 시작되고,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과 수사에 대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사저 정치에 힘을 쏟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