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늦추위에 꿀벌 실종·폐사까지…애지중지 기른 벌통 폐기하는 농민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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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하고 생육 속도도 늦어
강원특별자치도 조사 나서

올들어 늦추위와 폭설, 이른 고온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꿀벌이 죽거나 사라지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생태계의 전령인 꿀벌이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면서 양봉농가는 물론 꿀벌이 수정하는 농작물까지 2차적인 피해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속초에서 양봉업을 하는 박모(59)씨는 올해 초 기르던 꿀벌 150군을 모두 폐기 처분했다. 지난 2월 월동 시기를 넘긴 꿀벌통을 열어보았지만 대부분 폐사하거나 실종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폐사 뿐 아니라 사라진 벌들도 너무 많아서 양봉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며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모두 폐기하고, 재입식을 준비하고는 있는데 이미 재산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폐사 피해를 입지 않은 농민들도 꿀벌이 자라지 않으며 농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양구에서 양봉을 하는 김모(44)씨는 "통상적으로 4월 초면 농민들이 아카시아 꽃에서 꿀을 따기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벌이 크는 속도가 20여일 늦어지며 수확시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몇년 간 양봉 농가는 계속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와 같은 사태가 이상기온, 진드기(응애), 질병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며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양봉협회 강원지회가 지난해 초 도내 12개 시·군의 양봉농가 월동 벌통 피해 규모를 조사한 결과 벌통 5만6,317개 중 절반(50.6%)가량인 2만8,543개에서 꿀벌이 폐사, 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는 지난해에도 25%의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보고, 올해도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강원지역 농가 2,400여곳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 사안에 해당해 조사에는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라며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경영안정을 위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모(59)농민의 벌통에 꿀벌들이 폐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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