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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배우자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며 60일 이내에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한시라도 비워 둘 수 없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혼란은 탄핵 소추된 후 111일 만인 4월4일 오전 11시22분에 파면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은 또 다른 대통령을 뽑아 권좌에 앉혀야 한다. 다시 ‘국민의 시간’이 돌아왔다. ▼권력은 왜 잡으려 안달일까? 약육강식인 동물의 세계에서 본능일 수 있다. 출세와 권력욕에 취해 인간임을 망각하는 세태가 민주화 이후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한국 정치에서 고착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법 공부해 좀 안다는 그룹이 정치판에서 득세하면서 법을 업신여기는 행태가 잦다. 국민은 한 번만 걸려도 신세를 망치는데 정치판에선 불사조처럼 살아나 버티고, 유죄 판결에도 뻔뻔하다. 그런 싸움의 소용돌이에 민생은 뒷전이고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품격과 경제적 손실은 헤아릴 수 없다. ▼나라가 뒤집힌 여러 사정이 있지만 명품백도 한몫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십개 의석이 날아가 여당은 대패했고, 야당은 ‘일진’이 돼 무소불위의 힘을 장착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주면서 유혹한 쪽이나 카메라에 찍히는 것도 모르고 받은 영부인이나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 할 말을 잊게 만드는 그런 장면 하나에 국민은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선거는 공직자를 뽑는다. 배우자를 선출하는 게 아니다. 투표지 기표란에 배우자 칸은 없다. 그런데 왜 배우자들이 판을 바꾸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있다. 남녀 평등 세상인 요즘 이런 얘기는 큰일 날 소리다. 새벽에 힘차게 우는 건 수탉인데 간혹 암탉이 울면 불길한 징조라는 게 선조들의 비유였던 모양이다. 중앙과 지방, 여와 야를 막론하고 선출직 공직자 배우자의 올바르지 못한 처신에 유권자들은 신물 난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런 배우자를 둔 공직자의 ‘퇴장’을 목도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또 누가 ‘배우자의 덫’에 걸릴지 눈여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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