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스포츠는 스포츠 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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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원주주재 기자

‘스포츠 도시’ 원주라는 별칭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원주는 강원특별자치도 유일의 프로스포츠 구단인 DB프로미 농구단을 보유한 도시로, 농구 시즌마다 원주종합체육관은 관중의 열기로 가득 찬다. 시민과 구단이 함께 만들어낸 스포츠 문화는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다. 농구뿐 아니라 매년 축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다양한 전국 단위 대회도 꾸준히 유치되고 있다. 게다가 원주시는 ‘걷기 좋은 도시’라는 테마 아래 맨발 걷기와 둘레길 홍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원주의 ‘스포츠 도시’ 정체성은 위기에 처해 있다. 먼저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FC가 지난해 원주를 떠났다. 한때 원주는 국내 격투 스포츠의 중심 무대였고, 전국 팬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이곳을 찾으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운영 주체를 둘러싼 논란과 정치권의 이견으로 인해 결국 로드FC는 올해 서울로 대회를 옮겼다. 일부 시민단체는 당시 상황을 정치적 책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원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대회 출전 체재비를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으로 감사를 받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불입건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협회 측은 “특정 단체 만을 대상으로 계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를 의뢰한 것은 처음부터 정치적인 목적이 더 컸던 것으로 지역사회에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전국대회 등 예산이 모조리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았다”며 시에게 사과를 요구하했다.

이처럼 일부 종목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좌우되는 사이, 정작 중요한 당사자인 선수와 팬, 시민은 소외다. 선수들은 갈고닦은 실력을 펼칠 무대를 잃고, 팬들은 응원할 경기를 잃었다. 스포츠로 인해 창출되던 지역 경제의 활기도 사라지고, 체육관 인근 상권의 상인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주는 이미 스포츠 도시의 기틀을 갖추고 있다.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전국 단위 대회가 지역경제와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실제로 시는 민선 8기 들어 권역별 복합체육센터를 조성 중이며, 파크골프장과 배드민턴 경기장도 건립 추진 중이다. 다만 스포츠를 진정한 ‘공공 자산’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여전히 부족하다.

스포츠는 경쟁을 통해 실력을 겨루고, 승패를 넘어 감동과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순수한 영역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유소년 선수, 그리고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함께 만드는 공간은 곧 도시의 품격이다. 이를 정치적 수단이나 선거용 홍보의 도구로 삼는다면, 그 순간 스포츠의 본질은 훼손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6월 3일로 확정됐다. 정치적 변화의 바람이 도내 전역을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 상황 속에서도 스포츠는 누구의 치적이 아니라 모두의 자산이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순수해야 할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하는 정치적 접근은 이제 멈춰야 한다. 원주가 진정한 스포츠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스포츠를 스포츠답게 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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