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 열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정책 중심의 선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전국의 외곽에 머물렀던 지역들의 존재감이 시험대에 오를 순간이다. 강원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처음 맞이하는 대선이라는 점에서 강원도의 미래를 가늠할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강원도는 인구와 표심의 한계로 인해 대선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지위를 얻은 강원도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시혜를 기다리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러선 안 된다. 도민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지역 맞춤형 정책과 특례의 확대를 끌어내기 위해 능동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미 강원도는 특별자치도 추진을 2012년부터 이어왔다. 본격적인 입법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동력이 뒷받침되며 가능했다. 강원특별법은 여야를 초월한 공감대 위에서 제정됐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나서 2차, 3차 개정안 마련에 협력했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차 개정안은 여야가 공동 발의한, 강원 정치권 역사상 전례 없는 초당적 합작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초당적 어젠다’로 출범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여기에 있다. 3차 개정안에는 교육도시 지정과 국제학교 설립, 신재생에너지 및 바이오 산업 육성, 댐주변지역 지원 등 강원도 발전을 위한 다양한 특례 조항이 담겨 있다. 또한 도의회의 자율성 확보 등 지방분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장치도 포함돼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요구가 아니라 전국 모든 비수도권 지역이 직면한 공통 문제 ‘인구 감소, 산업 기반 붕괴, 청년 유출’에 대한 선제적 해결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상정 이후 본격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기 대선이라는 정국 혼란이 지역 현안 논의를 더욱 뒤로 미루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오히려 강원도가 스스로를 ‘정치적 변두리’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강원도와 도민, 정치권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강원도는 대선 캠프에 전달할 지역 공약 선별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단순한 요구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비롯해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행정체계 개편, 산림·관광·신산업 육성 등의 현안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로 명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야 모두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강조해 왔다. 이를 실천하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강원도는 가장 명확한 시험지다. 그동안 중앙에 의해 씌워진 규제의 덫을 풀고 자율성과 자생력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강원도를 만드는 것이 곧 국가 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