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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대통령 수난

대통령은 언제나 정치의 중심이자 표적이다. 대통령이 된다는 건 권력의 정점에 서는 동시에, 사방에서 날아드는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은 단순한 정쟁의 수위를 넘어섰다. 법 위에 군림한 듯한 검찰권의 행사, 헌법을 ‘의심받는’ 국정 운영, 무엇보다도 국민과의 괴리감이 고스란히 응축된 결과다. 탄핵이라는 말이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무게 있는 정치어로서 무대 위에 올라섰다. ▼조선왕조실록의 단종과 광해군, 그리고 고종에 이르기까지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진 존재들은 공통의 길을 걸었다. 권력을 잃기 전에 이미 민심을 잃었고, 민심을 잃은 뒤에는 명분을 잃었다. ‘토사구팽’이란 말은 충신을 버리는 권력자의 탐욕을 말하지만 반대로 권력자도 민심이 떠나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 지금까지 여권은 야권의 탄핵론을 무모한 정치공세라 일축하지만 민심이라는 이름의 서늘한 칼날 앞에서는 그 어떤 논리도 무디다. 지금 필요한 건 뼈를 깎는 성찰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했다. 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뜻이다.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경고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검사 출신 인사로만 채워진 권력의 사각지대, 소통보다는 독주에 가까운 국정 운영, 잇따른 인사 참사와 공감력 결핍은 물을 점점 거세게 만들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은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지만 정권의 명줄은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수난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능과 오만, 불통과 독주의 결과물일 뿐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걸었던 불행의 길은 모두 비슷한 패턴이었다. 민심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대통령 수난’의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언제나 현재를 보고 미래를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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