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변화의 기회, 지방시대 벤처펀드

이해정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

최근 강원특별자치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지방시대벤처펀드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강원자치도가 수도권 중심의 투자 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 및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의 촉진과 나아가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강원 경제는 관광산업과 석탄산업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관광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하고, 석탄산업의 점진적 축소는 지역 경제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자치도는 반도체,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푸드테크 등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강원형 전략산업 모펀드를 조성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방시대벤처펀드는 일반적인 기업보조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 벤처펀드는 정부 출자금뿐만 아니라 민간자본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회수 가능성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둘째, 기업보조금은 반환 의무가 없는 반면, 벤처펀드는 투자받는 기업이 자신의 지분을 제공해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투자받은 기업은 펀드 운용사의 경영상 감시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지방시대벤처펀드는 지역 경제 생태계 활성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고려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민간 투자 확대 및 지역 금융기관 역할 강화다. 강원자치도는 투자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특히 자체적인 지방은행이 부재하기 때문에 지역 내 금융기관 및 중견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지방시대벤처펀드가 실질적인 투자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로 활용되려면, 도내 기업들이 공동 출자하는 형태의 ‘지역 협력 투자펀드’ 조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민간자본을 효과적으로 유입하고, 지역 투자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둘째,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펀드 도입 및 확대다. 강원자치도는 이번 지방시대벤처펀드 운영을 위해 SAFE 펀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AFE 펀드 도입은 강원도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빠른 투자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공공 액셀러레이터의 적극적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 공공 액셀러레이터는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교육,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25년 국비사업 수주를 통해 강원 BRIDG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월간IR, Batch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내 초기기업이 효과적으로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강원자치도가 2년이 넘도록 준비해 유치한 지방시대벤처펀드는 지역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단순히 펀드가 조성됐다고 해서 투자 생태계가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 정책적 지원, 공공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강화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국제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방시대벤처펀드는 강원자치도의 투자 환경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민간과 공공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수도권 중심의 투자 흐름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강원자치도에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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