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룸메이트가 흉기로 위협하자 살해하려한 외국인이 정당방위를 인정받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의 A씨는 2024년 5월12일 밤 10시30분께 강원도 정선군의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서 함께 살던 B씨와 술을 먹고 말다툼하던 중 흉기를 휘둘러 B씨를 숨지게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너와 나 흉기를 하나씩 들고 싸우자”, “왜 안 찌르냐. 어차피 찌르지도 못하면서 왜 전화를 걸었냐” 등의 말을 하며 흉기를 A씨 목에 들이대자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했다. 당시 B씨는 현장에서 도망쳐 인력사무소 운영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병원에서 4주간 치료받고 목숨을 건졌다.
A씨 측은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위협하자 생명이 위태롭게 될 것 같은 공포, 경악, 흥분 상태에서 예상되는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B씨가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가만히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는 인정했다. 다만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C씨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을 토대로 당시 A씨가 짧은 시간 내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황한 상태에서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껴 흉기를 휘둘렀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공격에 대해 곧바로 반격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들고 있던 흉기를 쳐냈고, 계속해서 피해자가 흉기를 들고 쫓아오자 부득이하게 흉기로 공격했다”며 범행 전 한 차례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도 주목했다.또 A씨가 B씨에게 반격하는 차원에서 흉기로 복부를 한 차례 공격한 것 외에 추가로 공격 행위가 없는 점 역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검찰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