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지역민 생계 위협하는 외지 레저형 나잠어업

김충재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강원특별자치도 연안에서 나잠어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어업신고증명서’를 발급받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촌계 소속이 아닌 ‘레저 스포츠형 나잠업자’로 드러나면서, 전복·해삼 등 정착성 수산자원을 마구잡이로 채취해 지역 어민들의 생계 터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수산업협동조합 조합원이자 어촌계 소속으로 ‘나잠어업(산소공급장치 없이 잠수한 후 낫·호미·칼 등을 사용하여 패류, 해조류, 그 밖의 정착성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는 어업)’을 이어가는 해녀들은 “조상 대대로 지켜온 마을어장에 외지 레저형 나잠어업인들이 들어와 수산물 채취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지역 나잠어업인들은 각 마을어장(공동어장)에 소속되어 자율적으로 어로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외지인이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해 ‘나잠어업 신고’를 마치면 주소지 시, 군 어디서든 조업이 가능해지는 구조라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해녀들은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자치단체와 지역 해양경찰서 모두 “적법한 신고어업”이라는 이유로 단속이 어렵다는 해명을 내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허가가 지역 연안 자원의 급속한 고갈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을어장을 관리·보호하며 생업에 종사하는 지역 해녀와 어촌계 입장에선 억울함이 크다. “우리는 다른 마을어장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오랫동안 지켜져 온 지역 간 관행이지만, 외지에서 온 레저형 나잠어업인들은 “불법이 아니다, 적법한 어업신고증명서를 받았으니 고발할테면 해라!”라며 되레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갈등 상황이 격화되면서 해상에서 물리적 충돌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는 이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생업이 아닌 레저 스포츠 목적의 나잠어업에는 관내 어촌계와의 협의·동의가 없는 한 ‘어업신고’를 불허하는 방침을 세운 곳도 있다. 즉, 지역 어민들의 생계 터전인 마을어장을 보호하고, 정착성 수산동식물의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토박이 나잠어업인들은 “지금이라도 '나잠어업, 어업신고 및 증명서 발급 조례'등 제도 개선으로 레저형 나잠어업 행위를 명확히 규제해야 한다”며 “행정기관과 해경도 형평성 있는 조치로 분쟁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관내 연안 어장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수산업 기반을 유지하려면 지역민들의 전통 조업관행을 존중하는 한편, 레저형 나잠어업 행위를 적절히 제한할 구체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어업인들은 자치단체에 ‘마을어장 입어 시 마을어업권자와의 사전 협의 의무’ 등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마을어장을 침범하고 자원 고갈을 부추기는 부당한 조업행위는 더 늦기 전에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이 계속되는 한 지역의 연안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수산업법' 제48조 제6항 제3호는 나잠어업 등 신고어업의 경우, “수산자원보호나 어업조정 등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과 시장·군수·구청장이 고시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존 지역의 나잠어업인과 같이 조업구역을 마을어업으로 제한하고, 어촌계 등 마을어업권자에게 허가를 받도록 고시를 제정 또는 정비할 필요가 있다.

어업허가증명서에는 제한조건으로 “포획채취물은 자연산 수산동식물만 가능”하고, “자연산 채취를 목적으로 마을어장 출입 시 어촌계와 협의없이 가능하나....입어전 되도록 어촌계와 사전협의를 거치시기 바랍니다”를 제시하고 있으나, 마을어장에서 관리하는 수산자원은 2~3년이 지나면 자연산의 형태를 취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제한규정은 분쟁을 키울뿐이다.

수산물 생산 감소, 고령화, 어업인 감소 등으로 어촌의 공동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하루바삐 나잠어업에 대한 허가 규정을 재정비하여 지속가능한 어업, 어촌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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